베트남 '외국계 최고 은행' 찍고...핀테크·스타트업에 금융한류 심는다

[신남방 진격하는 K금융]
<1>'디지털 DNA 전파자' 신한금융
국내은행 첫 호찌민 사무소 개설
간편결제 등 디지털 경쟁력 키워
리테일 대출잔액 7년새 100배↑
印尼서도 현지은행 M&A 잇달아
베트남·印尼에 신한퓨처스랩 설립
글로벌 스타트업 발굴·육성도 적극


베트남 호찌민 1군 시가지에서 출근을 서두르는 회사원들이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호출한다. 택시 호출뿐 아니라 베트남 대표 교통수단인 오토바이도 동남아판 우버인 ‘그랩’ 애플리케이션으로 이용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호찌민에서 한국계 금융사에 다니는 부쑤언토씨는 “베트남에서 교통수단뿐 아니라 음식배달도 그랩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호찌민 편의점에서는 단말기를 이용해 충전식 간편결제가 보편화된 지 오래다. 베트남 정부가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 )’를 최우선 정책으로 내세우면서 모바일을 이용한 간편결제 시장이 무섭게 확대되고 있다. 신한금융은 베트남 모바일 시장을 정조준해 빠르게 저변을 넓히고 있다.

이미 신한베트남은행은 베트남 대표 전자지갑 업체인 모모·VN페이·페이요 등과 손잡고 전자지갑 대출, 공과금 송금 서비스 등을 선보였다. 베트남 인구의 평균 연령이 30대로 모바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디지털 금융상품을 출시해 은행거래 고객을 꾸준히 늘린다는 전략이다. 베트남판 카카오톡인 ‘잘로’와 제휴해 신용카드 발급과 신용대출 영업까지 나섰다. 지난 1993년 국내 은행 최초로 호찌민에 대표사무소를 개설한 뒤 2017년 ANZ은행 베트남 리테일 부문을 인수한 신한베트남은행이 현지 핀테크 시장까지 선점한 셈이다. 총자산 53억달러, 임직원 1,850여명에 달하는 베트남 내 외국계 1위 은행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핀테크를 앞세워 리테일 영업을 극대화했다. 그 결과 2012년 말 700만달러를 기록한 리테일 대출 잔액이 이미 7억달러를 돌파해 100배 이상 성장했다. 민복기 신한베트남은행 디지털본부장은 “현지 은행과 달리 상대적으로 대면영업 채널이 부족한 열위를 극복하려면 디지털 서비스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신한금융은 신한베트남은행뿐 아니라 계열사 간 시너지를 높이는 차별화 전략도 추구하고 있다. 지난해 출범식을 마친 신한베트남파이낸스(SVFC)가 대표적이다. SVFC는 2017년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취임 이후 그룹 차원의 글로벌매트릭스 사업 부문에서 이뤄낸 첫번째 해외 인수합병(M&A)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2018년 베트남 소비자금융회사 PVFC의 지분 100%를 인수한 후 지난해 베트남 정부의 승인을 최종적으로 받았다. 앞으로 신한카드가 보유한 모바일플랫폼과 디지털 기술 및 빅데이터 기반의 초개인화 마케팅 등을 SVFC에도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신한금융투자도 2016년 국내 최초로 베트남 현지 증권사 지분 100%를 인수한 후 한국연계 IB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15일 베트남 호찌민 신한베트남은행 본점에서 한 여성이 ATM을 이용하고 있다. 호찌민에서는 신한베트남은행의 ATM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전국에 ATM이 20만대가량 설치된 한국과 달리 베트남은 ATM이 18,900대에 불과한데다 기능도 제한적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출금 외에도 입금·공과금 수납과 삼성페이까지 다양한 기능이 탑재된 ATM을 베트남에 최초로 선보여 호응을 얻었다. /사진=빈난새기자

베트남 성공 모델은 인도네시아로 확대되고 있다.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은 현지 센트럴내셔널은행(CNB)과 뱅크메트로익스프레스(BME)를 동시에 인수합병해 2016년 12월 출범했다. 경쟁 은행에 비해 뒤늦은 진출이었으나 총 60개 이상의 점포를 통해 영업 3년 만에 총자산이 3,691억원에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1조3,139억원으로 4배 이상 성장했다. 디지털 전략은 인도네시아에서도 최우선 전략이다. 신한의 모바일 통합 금융 플랫폼인 쏠 역시 베트남에 이어 두번째 해외 버전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출시됐다. 후발주자의 약점을 디지털을 통한 리테일 확대로 따라잡겠다는 목표다.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은 등록고객 1,300만명인 인도네시아 모바일 소비자 금융사 아쿠라쿠와 제휴해 아쿠라쿠가 추천한 고객에게 은행이 대출을 지원하는 ‘채널링’을 출시했고 기존 고객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우량고객에게 은행상품을 판매하는 금융상품을 추가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신한금융 글로벌 부문은 신남방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현재 20개국, 216개 네트워크 중 신남방지역에 7곳, 153개 네트워크가 집중돼 있다. 신남방지역 자산만도 지난해 3·4분기 누적 104억달러로 그룹 전체 글로벌 자산의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당기순이익 역시 1억2,000만달러로 전체 글로벌 수익의 47%를 창출하고 있다.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각각 신한퓨처스랩을 출범시켜 경쟁사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점도 특징적이다.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한편 현지 스타트업을 선발해 금융한류의 뿌리를 내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미 베트남에서 7대1의 경쟁률을 뚫고 뽑힌 현지 스타트업 10개는 양국에서 신한금융·CJ그룹·한화 등 다양한 분야의 대기업들과의 사업제휴를 검토 중이고 인도네시아 역시 1기 현지 퓨처스랩을 선발해 신한금융과 협업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이상진 신한퓨처스랩 인도네시아 소장은 “은행과 금투·카드·퓨처스랩을 포함해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신한 계열사 간 원(ONE)신한 회의가 정기적으로 열린다”며 “각각 협업이 가능한 업체를 소개·발굴·육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세계적인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플러그 앤 플레이(Plug & Play)’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향후 이스라엘·프랑스·영국 등의 기관·기업들과 협력해 동남아 스타트업 생태계도 선점하며 신남방을 해외 전진기지로 도약시킬 계획이다.
/호찌민=빈난새기자 자카르타=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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