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60만명...삼성전자 주총서 목소리 높일듯

[삼성전자 전자투표제 도입]
의결권 행사 주주편의 등 고려
전자투표 상장사 1년새 70곳 늘어
증권가 "삼성 효과로 확산 기대" 속
"주요 안건 통과 곤란할수도" 우려


재계 1위 기업 삼성전자(005930)가 주주 의결권 행사와 편의성 등을 위해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정부가 주주권익 강화 등을 강조하며 전자투표제 도입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데다 삼성전자가 이를 받아들이기로 하자 국내 주요 기업들 사이에서 전자투표제가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지난 2018년 액면분할 이후 소액주주들이 60만명 이상으로 급격하게 늘어난 탓에 중요 안건의 처리가 원활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상법 제368조의4(전자적 방법에 의한 의결권의 행사) 제1항에 근거해 이사회 결의로 전자투표제 도입을 결정했다”고 30일 공시했다. 삼성전자는 이어 “의결권 행사에 있어 주주 편의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올해 개최되는 제51기 정기 주주총회부터 주주는 총회에 출석하지 않고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투표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 및 방법 등은 추후 알릴 계획이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주총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도 스마트폰 등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현 정부는 주주가치 제고 및 기업 신뢰와 투명성 등을 높이자는 차원에서 전자투표제 도입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이 제도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여기에 2017년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 제도가 폐지된 후 의결권 확보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나타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예탁원의 전자투표 시스템을 이용한 회사는 2018년 517개사에서 지난해 총 581개사로 늘었으며 행사주주 수도 3만6,000명에서 10만6,000명으로 증가했다.

사실 이번 삼성전자의 전자투표제 도입은 시간 문제였을 뿐 결국에는 할 수밖에 없는 귀결점이라는 설명도 있다. SK하이닉스·포스코·신세계·카카오 등은 이미 전자투표제를 도입한데다 재계 1위 기업이 정부의 방침을 마냥 모른 척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1,000여명에 달하는 주주들이 총회에 참석해 일대가 혼란을 겪었던 현실적인 상황 등을 고려하면 전자투표제 도입에 대한 고심이 깊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도 예탁원과 도입 사항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래 예탁결제원 사장도 지난해 기자들과 만나 “삼성전자가 올해 최초로 정기 주주총회에 전자투표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으로 전자투표 도입을 채택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 예탁원에서도 내심 ‘삼성전자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업의 중요 안건을 통과시키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특히 삼성전자의 소액주주가 급격하게 늘어난 상황에서 주주들의 협조를 구하기 까다로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의 소액주주는 2017년 14만4,283명에서 지난해 9월 60만6,447명으로 5배가량 늘었다. 삼성전자 주식이 액면분할 하면서 소액주주들의 접근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삼성전자 입장에서 봤을 때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보팅(표결)을 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물론 여러 사회적 상황으로 전자투표를 도입한 것이지만 불리할 수도 있는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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