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가 연일 지속된 28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관광객들과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오가고 있다./성형주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감염증 여파로 중국 경제성장이 둔화하면서 우리나라의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도 0.1~0.2%p가량 낮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30일 발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한국 경제 파급 영향’ 보고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감염증 확산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 영향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수출 및 관광 위축 등으로 발현된다”며 “우한 폐렴의 여파로 2020년 연간 경제성장률은 0.1~0.2%p가량 하락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우한 폐렴 확산이 중국 내에 집중될 경우와 중국 내 확산을 넘어 국내에서도 크게 번지는 경우의 두 가지를 전제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했다. 아직 사태가 전개되기 전인만큼 과거 감염증 파급 사례를 토대로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실물부문에서 국내 관광과 수출이 감소하고 민간소비가 위축돼 경기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우한 폐렴 확산이 중국 내에 집중될 경우 올 1월~4월까지 외국인 관광객은 61만6,000명, 관광수입은 9,000억원이 감소할 전망이다. 반면 우한 폐렴이 국내에서도 크게 확산되면 외국인 관광객은 최대 202만1,000명이, 관광수입은 최대 2조9,000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감염증 확산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더라도 외국인 관광객이 회복되는 데 걸리는 시차를 고려하면 외국인 관광객은 2020년 4월까지 계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역시 직격탄을 맞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우한 폐렴 확산으로 2020년 1분기 중국 GDP가 감소할 경우 국내 명목 수출액이 약 1.5~2.5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판단했다. 2020년 1분기 중국 내 소비 등이 감소하게 되면 한국의 수출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국내 소비 역시 위축되는 걸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한 폐렴이 중국 내에서만 확산하는 데 그친다면 내국인의 국내 소비지출은 0.1%p 이내에서 감소할 가능성이 있지만, 국경을 넘어 국내에서도 크게 퍼진다면 올 1분기 내국인 국내 소비지출은 최대 0.4%p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다.
이어 보고서는 우한 폐렴의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신속하고 효과적인 경제 정책적 대응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정책 당국과 국민 간의 상황에 대한 객관적 인식 공유와 질병을 조기에 극복할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해 민간 주체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서는 조언했다. 특히, 정책 당국과 여론 형성 기관들 간의 소통 확대 등을 통해 민·관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 최악의 상황에서도 국가 시스템이 아무 문제없이 작동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 점검과 국제적 공조 채널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취약한 한국 경제가 이번 외생적 충격으로 더블딥에 빠지지 않도록 실물 경기에 대한 주기적인 점검과 ‘메르스 슈퍼 추경’과 같은 단계별 정책적 대응 수준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고도 판단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5년 당시 한국경제의 경기 회복세가 중단되고 다시 경기가 하강 국면에 빠졌던 원인들 중 한 가지가 메르스의 발병이었다”며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전파 또는 불안감 확산 등으로 최근의 미약한 경기 회복세가 꺾일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강력한 경기부양책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