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발원지인 우한이 속한 후베이성과 장시성을 잇는 양쯔강 다리의 장시성 주장시 쪽에 중국 공안들이 검문소를 세워 차량 이동을 통제하고 있다. /주장=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해 총동원령을 내린 가운데서도 31일 확진 환자가 결국 1만명을 육박했다. 확진자와 사망자 증가폭이 오히려 연일 커지는 등 본격적인 유행기에 접어드는 추세여서 전망은 더 어둡다. 중국 정부는 시민들의 이동 자체를 막는 등 일상생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31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전날 자정까지 전국 31개 성·자치구·직할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누적 확진자는 9,692명, 사망자는 213명이라고 발표했다. 하루 전보다 확진자가 1,982명, 사망자는 43명 늘어나는 등 매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확진자는 31일에도 1,000명 이상 추가될 것으로 보여 누적 1만명선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3년 사스의 경우 유행한 9개월 동안 중국에서 환자 5,327명, 사망자 349명, 전 세계에서는 환자 8,098명, 사망자 774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불과 50여일 만에 사스를 완전히 넘어선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지난해 12월12일께 처음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병한 이후 12월31일 중국 당국이 ‘원인 불명’ 폐렴이라는 이름으로 전일인 30일까지 27명의 환자가 발생했다고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당초 수십명 단위로 늘던 것이 이달 하순 들어 급증했다. 지난 28일 5,974명이었던 누적 확진자가 사흘 만인 31일 두 배인 1만명선을 넘어선 것이다.
30일 자정 현재 후베이성 지역의 누적 확진자는 5,806명, 사망자는 204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우한의 사망자만 159명으로 이 지역에 중증 환자들이 집중돼 있다. 다만 환자들이 서서히 퍼지면서 확진자가 이미 저장성 428명, 광둥성 354명이다. 수도 베이징과 최대 경제도시 상하이의 확진자도 각각 121명과 128명에 달한다.
중국 당국은 민관군을 총동원해 확산을 막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사태를 지휘한다고 연일 방송하며 관계자들을 다그치고 있다.
이날 중국 민정부는 지방 정부들에 결혼 신고를 당분간 받지 말라고 지시했고 국가세무총국은 납세 신고 기한을 연기했다. 인원이 많이 모이는 결혼식이나 회식도 중단하도록 했다. 장쑤성은 우시·쉬저우 등 성내 10개 도시의 버스터미널 운영을 중단하는 등 도시 간 이동도 제한됐다. 귀성열차 운행이 줄어들면서 30일 철도 이용객은 320만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무려 74.7% 급감했다.
또 우한에서 가까운 황강시의 보건 부문 책임자가 감염자 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 심야 면직되는 등 관리들에 대한 압박도 심해지고 있다. 리커창 총리는 전날 베이징 질병통제센터를 시찰하면서 “보고를 누락하거나 은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초기대응 실패에 따른 후유증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중국 신경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사람 간 전염이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있었지만 중국 당국은 이를 한 달 뒤에야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등은 국제 학술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최근 실린 논문에서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밀접 접촉자 사이에 전염이 일어났다는 증거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초기 환자는 우한 화난수산시장에 노출된 이력이 있지만 12월 말부터는 이 시장과 관계없는 환자가 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한시는 지난달 31일에 이어 이달 5일과 11일 등에도 “명확한 사람 간 전염 현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는 사이 우한시민 500만명이 세계각지로 퍼지면서 전염병의 대확산을 초래한 셈이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