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역대 여섯번째 국제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코로나가 전 세계로 추가 확산할 우려가 있어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렇게 상황이 급박히 돌아가는데도 우리 정부의 대응은 오락가락하는 등 불안하기 짝이 없다. 무엇보다 방역의 기본인 접촉자 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6번 확진자가 3번 확진자와 1시간 반이나 1m 안팎의 가까운 거리에서 식사를 같이했지만 보건당국은 자가격리가 필요없는 일상접촉자로 분류하는 어처구니없는 잘못을 저질렀다.
뒤늦게 30일 밀접접촉자로 변경해 격리했으나 이미 일주일 이상 제약 없는 상태로 거리를 돌아다닌 후였다. 질병관리본부 기준에 따르면 통상 2m 내 공간에서 1시간 이상 확진 환자와 머무는 사람은 밀접접촉자로 분류한다. 6번 환자는 당연히 밀접접촉자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5번 확진자도 24일 우한에서 귀국할 때 증상이 있었는데 발열이 없다는 이유로 일주일가량 방치됐다고 한다. 이런 중대 실수에도 당국은 “환자가 증상 시점에 대해 말을 바꿨기 때문”이라며 환자 핑계만 대고 있으니 한심하다.
그렇잖아도 병원 내 감염 위주였던 메르스와 달리 식사처럼 일상생활에서 감염된 것을 봤을 때 전파력이 더 높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처럼 임기응변식으로 우왕좌왕하다가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사태가 올 수 있다. 이미 국민들은 외출을 삼가고 확진자가 다녀간 점포들은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 당장 정부는 확실한 컨트롤타워를 세워 이를 중심으로 체계적인 방역관리에 나서야 한다. 철통 방역은 말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