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거주 중인 교민들을 태운 2차 전세기가 1일 오전 김포공항에 도착해 탑승자들이 트랩을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이 확산일로입니다. 1일에도 신종 코로나 환자 1명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이날 오후 2시 기준 국내 확진자는 총 12명으로 늘었습니다. 중국을 다녀오지 않고도 바이러스에 옮은 2차·3차 감염자까지 나오면서 방역 당국에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신종 코로나의 진원지인 중국에서는 벌써 확진자가 약 1만2,000명에 육박했고 사망자는 250명을 넘어섰다고 하네요.
때아닌 전염병이 세계를 강타하면서 바닥을 찍고 반등을 노리던 한국 경제의 앞날에도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당장 민간 소비와 관광 부문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평소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서울 시내 주요 면세점의 매출은 설 연휴 직후 60% 가량 급감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 잠실 롯데월드를 비롯한 놀이공원·테마파크의 입장객도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하면 20% 이상 빠졌다고 합니다.
물론 갈 길 바쁜 수출 전선에도 먹구름이 끼었습니다. 한국은 대중(對中) 수출 비중이 25%에 달하는 만큼 중국 경제가 휘청이면 국내 수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지난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창궐 당시 중국 수출률은 3.5%로 전달 대비 16%포인트 이상 줄어들기도 했습니다.
수출 실적이 시원찮으면 경제 성장률도 주춤할 수밖에 없겠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사스는 2003년 2·4분기 한국 경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포인트, 연간 0.25%포인트가량 떨어뜨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대경제연구원 역시 최근 발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한국경제 파급 영향’ 보고서에서 경우에 따라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최대 0.2%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안팎으로 ‘우환’이 겹치면서 외환위기 당시 세웠던 역대 최장 경기하강 기록을 깨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11월 99.3으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하면서 2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한국경제는 지난 2017년 9월 이후 경기가 위축되는 ‘수축 국면’을 지속하고 있는데 신종 코로나라는 돌발 악재가 잦아들지 않으면 외환위기 당시 29개월(1996년 3월~1998년 8월) 하강 기록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죠.
이처럼 신종 전염병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가시적으로 드러나면서 일각에서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2015년 5월 첫 번째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 확진 후 감염자와 사망자가 늘자 그해 6월 약 504억원의 예비비를 투입했습니다. 이후 7월까지 메르스 여파로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결국은 12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습니다. 12조원 가운데 메르스 극복을 위한 예산은 약 2조5,000억원이었습니다.
이러한 전망에 대해 정부는 일단 선을 긋고 있습니다. 방역대응체계 구축운영비 67억원, 검역·진단비 52억원, 격리치료비 29억원 등 총 208억원의 방역대응 예산을 신속히 집행할 계획이고 재난·재해에 투입할 수 있는 목적 예비비가 2조원 정도 있는 만큼 추경을 검토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정 예산이 있고 부족하면 예비비를 쓸 수 있어 지금은 전혀 추경 편성을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습니다.
홍 부총리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당초 목표대로 올 상반기 예산 조기 집행에 총력을 기울여 ‘재정 절벽’이 가시화하면 신종 코로나를 명분 삼아 또 다시 추경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은 여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물론 추경 편성 여부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재난영화에서만 봐오던 이 무시무시하고 지긋지긋한 상황을 끝내고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겠죠. 국민이 생존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 활기를 되찾아야 오랜만에 반등을 노리던 우리 경제도 신발끈을 조이고 힘차게 뛰어 나갈 수 있겠죠.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