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후 서울 명동 한복판에 상인만 있고 손님은 없다. 평소와는 달리 외국인과 내국인 모두 발길을 끊었다./허세민 기자
지난 1일 오전 서울 용산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고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쇼핑을 하고 있다. 주말이었지만 신종코로나 공포에 고객이 뜸했다. /박민주기자
지난 1일 오후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1층 식품관이 평소와 다르게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허세민 기자
“고객님 이것 한 번 드셔보세요.” 지난 1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식코너 직원이 고객들을 향해 목청을 높였지만 마스크로 얼굴을 꽁꽁 가린 사람들은 필요한 물건만 쇼핑카트에 담고는 서둘러 발길을 옮겼다. 이 직원은 “오전인 것을 감안해도 평소 주말 대비 고객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 같다”며 “시식을 권해도 고객들이 접촉을 꺼리고 눈길만 주고는 그냥 간다”고 한숨을 쉬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국내 2~3차 감염자가 나온 이후 첫 주말인 이날 주요 오프라인 유통 매장과 주요 상권이 텅텅 비었다. 서울경제가 대형 마트와 백화점, 주요 골목 상권 모습을 취재한 결과 분기 경제성장률이 0.4%에 그쳤던 지난 2015년 메르스 유행기(2015년 2·4분기) 때보다 상황이 더욱 좋지 않아 보였다. 전날인 1월31일 전국 대형마트 중 이마트(139480) 군산점이 처음으로 휴업한 데 따라 쇼핑객의 공포가 더욱 커진 것으로 보였다.
◇“장보기도 두려워”…마트·백화점 발길 ‘뚝’=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곳이 아닌데도 발길이 뚝 끊겼다. 주말인데도 평일처럼 한산한 대형마트에는 코로나 예방 수칙 안내 방송이 수시로 흘러나왔다. 정육코너에서 장을 보던 김 모 씨는 “뉴스에서 자꾸 확진자가 늘고 있다고 하니까 불안하다”며 “장을 보긴 해야 하는데 아이까지 데려오기 찝찝해서 혼자 왔다”고 말하며 마스크를 고쳐썼다.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 “아직 사태가 장기화된 상황은 아니라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가뜩이나 오프라인 매장에 발길이 끊겨 고민인데 신종코로나라는 최악의 악재가 터졌다”고 말했다.
마지막 설 연휴 날까지만 해도 마스크를 낀 쇼핑객들로 붐볐던 백화점도 이날은 한산했다. 오후 4시에 찾은 명동의 한 백화점 식품관은 가장 바쁜 주말 오후 시간대라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조용했다. 한 분식 매장에서는 아예 마감 세일을 한 시간 앞당겼다. 직원은 “원래는 오후 5시부터 3팩 1만원 행사를 시작하는데 고객들이 너무 없어서 한 시간 빨리 세일을 하기로 했다”고 털어놨다. 한 여성복 매장 직원은 “메르스 때보다 더 손님이 줄어든 것 같다”며 “오늘 방문 고객이 10분의 1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출 반토막…직격탄 맞은 골목상권=오직 오프라인 매장에만 의존해야 하는 거리의 소상공인들이 느끼는 체감은 더욱 컸다. 서울 종각역 지하도 상가 상인들은 코로나 사태 이후 방문객이 줄자 오후 10시였던 폐점 시간을 2시간이나 앞당겼다. 종각 지하도 상가에서 의류를 판매하는 강계명 씨는 “지난해만 해도 하루 30만원 하던 매출이 이제 반토막이 났다”며 “30만원을 팔면 5만~6만원이 남는데 이제 3만원도 버거워 임대료도 못 낼 정도”라고 전했다. 종각역 지하도 상가 임대료는 한 칸당 100만원 정도다.
외국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던 명동거리 화장품 매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직원 이 모 씨는“무료 네일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위생 걱정 때문인지 지금까지 한 명도 서비스를 안 받았다”고 전했다. 명동거리의 일부 노점상은 아예 문을 닫기도 했다. 노점상을 하는 박 모 씨는 “보이는 것처럼 손님보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면서 “옆에서 장사하던 사람은 아예 오늘 자체적으로 쉬기로 했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에도 식당가 ‘텅텅’…외식업계도 위협=외식업계도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오후 12~1시에 찾은 용산의 한 대형몰 식당가는 커녕 테이블의 절반 이상이 남아돌 정도로 한가한 모습이었다. 손님보다 많은 직원들만 마스크를 낀 채 매장을 채우고 있었다. 한 커피숍 직원은 “손님도, 배달도 다 줄었다”며 “주말도 이런데 다음 주 평일 장사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날 오후에 찾은 명동의 한 뷔페식 레스토랑도 손님들 대화 소리보다 매장 음악 소리가 더 크게 들릴 정도로 한산했다.
행사, 기념일 취소가 잇따르면서 떡집들의 상황도 안 좋다. 10년 이상 떡집을 운영해온 최정탁 씨는 “행사나 기념일 때 주문하는 떡 매출은 연 40~50% 차지한다”며 “최근에 중소기업 이사회, 척사대회, 돌잔치, 연초 모임 등 행사가 잇따라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1월 매출이 12월 대비 반토막이 났다”고 말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 당시 외식업체의 매출은 한 달 새 34% 이상 감소한 바 있다.
/박민주·박호현·허세민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