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 우려되고 있는 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의 한 거리에서 팔달구 보건소 관계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정부가 중국 후베이성을 2주 내 방문한 외국인을 입국금지하고 제주특별자치도의 무사증 입국제도를 일시 중단하기로 한 것은 뒷북 행정의 전형적인 사례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미 중국과 멀리 떨어진 미국과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에서 중국에서 입국한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등 강경조치에 나서는 가운데 국민의 원성에 못 이겨 이제야 입국금지 카드를 꺼낸 것은 보건당국의 방역정책 실기를 자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춘제 연휴 연장이 종료된 3일 이후 명절을 쇠기 위해 고향에 갔다가 발이 묶인 중국인들과 유학생들이 대거 귀국할 경우 가뜩이나 허점을 노출한 방역 시스템이 통제 불능상태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3월까지 중국에서 국내로 입국한 중국 국적자 수는 94만1,002명에 달한다. 교육부의 2019년 국내 고등교육기관 외국인 유학생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유학 중인 중국인 대학생과 대학원생 수는 총 7만1,000여명가량이다. 이들은 대부분 개강을 앞두고 숙소 등을 구하기 위해 2월께 입국한다.
문제는 정부가 이날 발표한 ‘후베이성 2주 내 방문’이라는 정부의 입국금지 룰이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중국 제일재경망과 바이두에 따르면 우한 공항이 폐쇄되기 전인 지난달 10~22일 중국 우한에서 500만명이 빠져나갔다. 수도 베이징과 상하이로 이동한 숫자만 각각 6만5,000명, 5만7,000여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태국에 2만여명, 싱가포르에 1만6,000여명, 도쿄 9,000여명이 이동했으며 한국에는 6,400여명이 들어왔다. 이미 중국 베이징에서는 확진 환자가 100명이 넘고 사망자도 1명 발생한 상태다. 중국 본토 어디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안전지대가 없는 상황에서 후베이성 우한에서 1차 감염됐던 사람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바이러스를 전파한 후 ‘무증상 감염자’가 국내로 입국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가 없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지난달 21일부터 4박 5일간 제주를 방문한 중국인 여성 A(52)씨가 중국 양저우로 귀국한 후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허술한 방역체계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바 있다. 이상엽 고려대 안암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현재 우한뿐만 아니라 베이징에서도 확진자가 100명이 넘었다”며 “외국 사례와 같이 중국 전역으로 입국금지 조치를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피하기 위해 입국금지 등에 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 방역의 골든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교역 및 여행 제한에 반대한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와는 별개로 중국을 다녀온 외국인을 대상으로 봉쇄전략을 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일(현지시간)부터 최근 2주간 중국을 다녀온 외국 국적자에 대해서는 미국 입국을 잠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현재까지 11명의 확진환자가 발생한 일본의 경우 최근 14일 이내에 중국 후베이성에 체류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거부할 방침이며 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에서도 방역 당국이 앞다퉈 강력한 조처를 내놓고 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가 최악의 경우 중국으로부터의 전면적인 입국금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전면적인 입국금지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입국제한 조치 자체가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분석은 없는 상황”이라며 “역학조사 전문가들이 중국 출입국 금지의 효용성에 대해 더 책임 있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홍용·이주원기자 prodig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