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종갑 산업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발 생산 차질 파고가 국내 완성차 업계를 덮쳤다. 시작은 쌍용자동차였다. 자동차의 혈관이자 신경망으로 불리는 ‘와이어링하니스’ 수급이 어려워진 게 결정타였다. 당시 다른 완성차 업계는 수급 단가를 낮추기 위해 한 업체에서만 공급받는 쌍용차의 문제로 치부하며 “우리는 해당 사항이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12분기 연속 적자에 시달리는 쌍용차로서는 원가 절감이 살길이었고 공급 단가를 낮추기 위해 한 업체에서만 와이어링하니스를 공급받다가 사달이 났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여기까지만 보면 쌍용차의 문제로 국한된다. 그러나 곧이어 한국 완성차 업계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쌍용차가 임시 생산 중단을 결정한 지 이튿날 한국지엠도 결국 특근을 취소했다. 이윽고 4일에는 글로벌 5위이자 지난 1월 기준 국내 완성차 시장 점유율 85%인 현대·기아차도 일부 공장의 휴업을 결정했다.
완성차 업계가 와이어링하니스 부품 하나에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렸다. 1차 원인은 신종코로나발 중국 부품 공장 생산 중단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진짜 원인은 따로 있다고 지적한다. 바로 국내 완성차 업계의 ‘극단적 원가 절감’ 문제다. 세계적으로 자동차 판매량이 줄고 전동차 전환으로 막대한 투자금이 들어가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는 완성차 업계의 딱한 사정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쉬운 방식으로 원가 절감을 하려다 보니 위기 시 생산 차질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는 현실이다.
반면 일본은 다르다. 일본 완성차 업체에도 원가 절감은 필수다. 다만 국내처럼 일부 업체에 모든 일감을 몰아주지 않는다. 공급 단가를 낮추기 위해 상당 물량을 해외 업체에 맡기지만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나머지 물량은 다소 비싸더라도 자국 업체에 맡긴다. 이는 일본 자동차 부품 업계를 살리면서도 완성차 업계가 최악의 상황에 빠지는 것을 막아주는 든든한 방파제가 된다. 소수점 한 자리 혹은 그보다 낮은 수익률을 올리자고 최악의 상황에 무방비로 노출되느냐, 다소 수익률은 떨어지더라도 안정적인 생산성을 유지하느냐. 선택은 국내 완성차 업체에 달려 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