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성소수자' 부티지지, 첫 경선부터 돌풍…바이든은 추락

■ 美민주 아이오와 코커스 대이변
부티지지, 하버드·軍복무 이력
"옛 존 F 케네디 떠올라" 호평 속
좌파 후보들 누르고 '깜짝 1위'
샌더스, 1차 투표서 앞섰지만
'15%룰'에 무릎…2위에 그쳐
코커스 '그들만의 리그' 논란도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 개표 중간집계 결과 1위로 올라선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4일(현지시간) 두 번째 경선이자 첫 번째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치러지는 뉴햄프셔주 콩코드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콩코드=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를 뽑는 첫 장소인 아이오와에서 30대 동성애자인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중간 개표에서 깜짝 1위를 차지했다. 당초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승리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많았지만 뒷심을 발휘하며 대역전극을 이뤄낸 것이다. 반면 대세론을 내세우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4위로 처져 향후 민주당 경선은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오전0시 현재 71% 개표가 이뤄진 가운데 부티지지 시장이 26.8%의 득표율(대의원 배정기준)로 1위를 기록했다. NYT는 “지금으로서는 부티지지가 승리할 확률이 81%”라고 전했다. 샌더스 의원은 25.2%로 2위,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의원이 18.4%로 뒤를 이었다. 샌더스 의원과 양강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봤던 바이든 전 부통령은 15.6%로 4위에 그쳤다.


3~4위권으로 평가받던 부티지지가 돌풍을 일으킨 데는 중도 지지층이 컸다. ‘메디케어 포 올(국가운용 단일보험체제)’ 같은 급진적 공약을 주장하는 워런이나 샌더스 의원과 달리 그는 원하는 사람에 대해서만 건강보험을 제공하는 ‘메디케어 포 올 후 원트 잇’을 내세웠다. 또 부자 자녀들에게는 학비보조를 하지 않겠다는 선별적 복지를 주장했다.

복잡한 ‘15% 룰’도 한몫했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는 선거구별로 1차 투표를 해 15%가 나오지 못한 후보의 지지자들은 다른 후보로 옮겨가거나 권리를 포기해야 한다. 최초 투표 때는 샌더스 의원이 24.4%를 얻어 부티지지(21.4%)를 앞섰다. 이후 군소후보의 표가 이동해 코커스 승리의 기준인 대의원 배정 득표율에서 부티지지가 1위가 됐다.


다채로운 이력을 가진 부티지지의 폭발력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부티지지는 중장년층 백인으로부터 “옛 존 F 케네디 같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하버드대를 최우등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공부한 데다 미국인들이 중요시하는 군복무까지 마쳤다. 스페인어와 프랑스어, 아랍어 등 7개국어를 구사하는 엘리트 백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38세의 나이로 70대 후반인 샌더스나 바이든 전 부통령과 대비되기도 한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같은 중도 성향인 바이든 전 부통령이 추락한 반면 부티지지가 좌파 후보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는 점을 주목한다. 샌더스 의원의 텃밭인 뉴햄프셔에서 그가 선전할 경우 지난 2008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바람을 재현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반대로 바이든 전 부통령은 궁지에 몰렸다. 그는 유색인종이 많은 사우스캐롤라이나를 시작으로 다음달 3일 수퍼화요일을 거치면서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이지만 뉴햄프셔에도 참패할 경우 대세론이 급격히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또 다른 중도 후보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경선에 참여하면 바이든 전 부통령의 표를 갉아 먹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부티지지는 시장 재직 중 있었던 흑인 차별 논란과 동성애자라는 점 때문에 흑인 지지율이 ‘제로’에 가깝다는 게 치명적인 문제다. 그는 2018년 채팅앱으로 만난 중학교 남자교사 체스턴 글래즈먼과 결혼했다.

부티지지와 새로운 2강을 형성한 샌더스 의원은 사회주의 논란에 뉴햄프셔 이후에도 동력을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워런 의원의 경우 아이오와에서 3위를 유지하면서 경선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잡아 당분간은 뚜렷한 대선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정치전문매체 더 힐은 아이오와 코커스를 분석하면서 “승리자는 부티지지와 샌더스 의원,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워런과 에이미 클로부차 의원은 반반이다. 패자는 바이든 전 부통령과 아이오와 코커스, 민주당”이라고 꼽았다.

이와 별도로 발표 지연사태를 계기로 소규모 주인 아이오와가 대선 풍향계로서 적절하냐는 의문과 당원들만의 행사방식인 코커스의 폐쇄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아이오와의 인구통계와 작은 규모에 비춰볼 때 이 주가 차지하는 중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전했다./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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