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스마트 베어링 인베스트먼트 인스티튜트 대표
기후 변화는 시장 불확실성 또는 정치 상황에 관계없이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이슈다. 기후 변화는 다양한 가격 변화와 이에 따른 투자 환경의 변화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평소 기후 변화에 대한 과학적 연구나 비관적인 예측을 신뢰하지 않는 투자자라 할지라도 기후 변화가 실제 투자 성과에 영향을 주는 만큼 관련 영향에 보다 면밀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예로 미국 마이애미 홍수 취약 지역의 부동산과 허리케인 샌디 피해 지역의 부동산 가치는 매우 느린 상승세를 보이거나 회복세를 나타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기후 변화 관련 데이터가 투자 전망에 적절히 반영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퇴임을 앞둔 마크 카니 영국 중앙은행 총재는 ‘지평선의 비극(tragedy of the horiz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기후 변화가 금융 안정에 위협적이라고 느끼는 시점에는 이미 관련 대응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반면 지나치게 빠른 대응 역시 위험할 수 있다. 한 예로 대체에너지로의 전환을 강제하기 위한 엄격한 규제와 강도 높은 탄소세는 경제활동 저해 및 화석연료 관련 투자 위축, 추가적인 기술 발전 저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에 따른 본격적인 피해 시점이나 관련 비용 추정이 가능하다면 해당 가정을 반영해 수익률의 순현재가치를 계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기후변화가 미래 수익을 얼마나 잠식할지에 대한 추정이 가능하다면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비용 정당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탄소 발자국(개인 및 단체가 직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 총량)’ 수치와 기업 정보공개 활성화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확대 개편된 금융안정위원회(FSB)는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개 태스크포스(TCFD)를 추진하고 있다. 당장 이들의 적극적인 논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금융시장 관계자나 투자자가 기후 변화 관련 리스크에 보다 주목할 것을 촉구하는 일이다. 결과적으로 에너지 전환에 따른 이점을 감안해 변화를 추진해야 할 당사자는 바로 기업과 소비자, 그리고 투자자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환에 대한 정부의 가이던스가 부족한 가운데 투자자의 입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고 있다. 일부는 인류 활동 및 탄소 배출로 지구 온도가 높아진다고 판단하고 가능한 한 빨리 세계 경제가 탄소배출 제로에 나설 수 있도록 촉구하고 있다. 또 다른 일부는 관련 공포에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경계하면서 태양광 패널 기업이 관련 리스크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일부 투자자는 정부규제와 소비자 성향 변화로 이미 투자성과가 달라지고 있는 점에 주목하며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투자가 그 자체로 매우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며 관련 리스크의 가늠과 함께 잠재 수익을 적절히 추정할 필요가 있다는 현실을 인정한다. 기후 관련 리스크는 시장 불확실성 요인이며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 관련 리스크 평가의 어려움을 이유로 외면하기보다는 더욱 적극적인 정보 공개 요구를 통해 가능한 최적의 리스크 측정 및 투자 예측을 진행하는 것이 합리적인 태도일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가격 변화 트렌드에 대한 현실적인 진단 하에 폭넓은 시각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