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정보유출 부주의.당국은 뒷북공개... '신종코로나' 불안 키워

16번 환자 발생 직후 광주지역 맘카페에 신상 문건 돌아
광산구청 생산 문건...방역당국 이날밤 늦게 확인, 수사의뢰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발생 현황 및 확진 환자 중간조사 결과 등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와 관련한 정보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잇따라 먼저 유출되면서 지역사회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 발표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가운데 정부가 신종 코로나에 대한 불안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5일 관계부처 및 지자체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확진자와 관련한 정보가 질병관리본부보다 지자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먼저 나오면서 방역당국이 ‘뒷북 공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16번 확진자다. 질본이 지난 4일 오전11시 16번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발표한 지 1시간여 만에 광주 지역 엄마들이 주로 활동하는 한 맘카페에 환자의 개인정보가 담긴 문건이 올라왔다. 이 문건에는 16번 확진자의 과거 질환, 병원 이동내용, 가족의 나이, 직업, 재학 중인 학교 이름 등이 명시됐다. 문건은 광주시 광산구청에서 생산한 문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질본에서 공개하지 않았던 내용이 퍼지면서 온종일 광주 지역 맘카페에서는 ‘(환자가 내원한) 광주 21세기병원 옆에 아동병원 있는데 괜찮은 거냐’ ‘병원 1층 약국에서 마스크를 샀는데 불안하다’ 등의 글들이 쏟아졌다. 방역당국과 지자체는 이날 저녁 늦게서야 문건의 내용을 사실로 확인하고 경찰에 유출경위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정부가 가짜뉴스를 퍼뜨려 사회불안을 부추긴 행위에 대해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가짜뉴스인지를 가리는 데 소극적인 셈이다. 이날 추가로 발표한 17번 확진자의 이동 경로가 담긴 문건 또한 질본이 아닌 구리시장이 먼저 공개했다.

뒷북 공개를 하는 방역 당국도 문제지만 지자체에서 문건이 유출돼 보안을 유지해야 할 내용까지 알려지는 것도 문제다. 온라인에 무차별적으로 유포된 5·6번 확진자의 문건에는 확진자 뿐만 아니라 접촉자의 이름, 현재 거주지역, 직장명 등 공개돼 지나친 ‘신상털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문건은 각각 서울 성북보건소, 충남 태안군청에서 작성한 문건으로 문건 작성에 관여했던 공무원들이 유출했을 것으로 점쳐진다. 신종코로나의 확진자 및 접촉자의 개인정보가 필요 이상으로 노출돼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할 지자체 공무원들이 오히려 공무상 비밀누설 및 개인정보호법 위반에 앞장선 셈이다.

전문가들은 감염병에 대한 공포가 큰 만큼 일관된 정보 공개 창구 하에 정보 공개가 발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기수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는 “감염병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확진자의 동선이 실시간으로 공개돼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있던 국민들이 이동을 삼가고 재빨리 보건당국에 신고할 수 있다”며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서라도 정부가 지금보다 더 빠르게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의 한 관계자 역시 “최근 질본이 뒤늦게 정보를 공개하고 폐쇄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모든 정보를 투명하고 신속 정확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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