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180640)의 최대 주주로 등극한 행동주의 펀드 KCGI가 한진칼과 ㈜한진 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 제도를 도입하라고 요구했다.
KCGI는 이날 공식 자료를 통해 “상법 제368조의4는 이사회의 결의로 주주가 총회에 출석하지 않고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있다”며 “두 회사의 이사회와 이사들은 3월 개최 예정인 정기주주총회 및 이후 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CGI는 전자 투표 도입시 △주주들의 주주총회 참여 용이△회사의 주주총회 관련 업무처리 시간 단축△의결정족수 확보를 위한 비용 절감을 이유로 들었다. KCGI는 실제로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전자 투표제도를 도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KCGI는 지난해 2월 두 회사의 주총 전에도 이와 같은 요구를 했지만, 양쪽 이사회는 어떤 답변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KCGI는 “두 회사의 이사들이 전자투표 도입 및 실시 요청을 수용해 주주의 주총 참여를 독려하고 주주와 회사에 대한 의무를 다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을 지지, 조원태 대 반(反) 조원태 측 지분율 차이가 미미해지면서 소액 주주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다시 한번 전자 투표제 도입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조원태 회장 측의 지분율은 33.45%, 반 조원태(KCGI·조현아 전 부사장·반도건설) 측 지분율은 32.06%다. 국민연금이 이날 의결권 행사 등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겠다고 밝히면서 소액주주들의 결정에 따라 양측 중 승자가 결정될 예정이다.
KCGI는 앞서 대한항공 임직원이 한진칼로 파견 간 것에 대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3월 주총에서 사내이사 자리를 지키기 위해 임직원을 불법 동원한 것”이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주총에 사활을 건 만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KCGI가 삼성전자를 예로 들며 주요 기업들은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이번 제안을 거절할 경우 불통 이미지를 또 하나 덧씌울 수 있다”며 “한진칼과 한진 이사회가 어떤 결정을 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