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보란듯…英, 호주에 '무역협정' 구애

EU와 미래관계 협상 대치 속
'고립' 우려 우군 확보 안간힘
亞太국가와 무역확대도 논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AFP연합뉴스

지난달 31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를 단행한 영국이 호주와 조기 무역협정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연말까지 유럽연합(EU)과의 미래관계 협상에 실패하고 호주·일본·싱가포르 등 EU를 대체할 무역 파트너를 확보하지 못하면 영국이 무역시장에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다.

영국 정부는 6일(현지시간) 도미니크 라브 외무장관이 이날부터 아시아태평양 국가를 순방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호주를 시작으로 일본·싱가포르·말레이시아를 방문해 무역확대 방안을 논의한다.


라브 장관은 호주 도착에 앞서 성명을 통해 호주와 조기 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싶다고 밝혀 교역확대에 대한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그는 “영국과 호주는 역사·문화·가치를 공유한 특별한 우애국”이라며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서 우리는 호주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지평선을 넓힐 거대한 기회를 얻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포괄적인 무역협상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으며 투자를 포함해 수십억파운드 규모의 교역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며 무역협정은 거대한 ‘윈윈(win-win)’ 전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정확한 협상 시작 시기 등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다.

영국이 브렉시트 이행 일주일 만에 무역협정 체결을 서두르는 것은 EU와의 미래관계 협상 시한까지 10개월여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이 EU 관세동맹에서 떨어져 나갔기 때문에 양측은 무역협정을 포함한 새로운 미래관계 협정을 맺어야 한다. 하지만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EU 체제를 완전히 거부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EU는 영국이 EU 제도를 수용해야 무관세 혜택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맞서면서 합의 없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이 미국·호주·일본 등 무역대국들과 연내 무역협정을 체결하지 못하면 무역시장에서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영국 정부가 무역협정을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영국이 무역협정을 우선시하는 국가들과의 협상이 늦어질 경우 브렉시트는 시작부터 실패로 비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을 잃은 EU는 새로운 EU 가입 절차를 제안하며 알바니아·북마케도니아 등 발칸국가 포섭을 준비하고 있다. EU가 발칸국가의 가입을 계속 차단할 경우 가뜩이나 브렉시트로 뒤숭숭한 역내 분열을 부추기고 러시아·중국의 대(對)유럽 영향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리베르 버르헤이 EU 확대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EU를 서발칸으로 확대하는 것은 집행위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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