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지복의 성자] 비극이 일상이 된 인도의 민낯

■아룬다티 로이 지음, 문학동네 펴냄


1950년대 중반, 인도 델리에서 남성과 여성의 성기를 한 몸에 지닌 아이 ‘안줌’이 태어난다. 부모는 아이가 남성으로 자라길 바랬지만, 시장에서 ‘히즈라’(남성이나 여성에 속하지 않은 제3의 성)를 본 안줌은 스스로 여성으로 정체화하고 히즈라 공동 거주지 ‘콰브가’로 떠난다. 그곳에서 이슬람교도를 상대로 한 힌두 폭도들의 폭행에 휘말리며 결국 작고 허름한 공동묘지에 자리를 잡는 안줌은 새 안식처에서 무연고 시신의 장례를 처리해주는 일을 시작하고 갈 곳 없는 이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를 꾸려나간다.


신간 ‘지복의 성자’는 지난 1997년 데뷔작 ‘작은 것들의 신’으로 부커상을 받은 인도 작가 아룬다티 로이가 20년 만에 출간한 장편소설이다. 첫 작품 이후 인권운동가로 활동해 온 저자는 인도 카슈미르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내전과 지난 2002년 이슬람교도를 상대로 벌어진 학살 사건을 경험하며 다시 펜을 잡았다.

“모든 것이 무너질 때, 유일한 윤리적 행위는 그것에 대해 말하고, 쓰고, 행동하고, 노래하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소설은 종교와 계급, 파벌 간 갈등이 일상이 된 인도의 현실을 생생하게 담아낸 유려한 문체로 억압받는 이들의 아픔을 위로한다. 1만6,500원.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