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반대 진영 KCGI 요구안 수용...경영권 견제 장치 도입

[조원태, 잇단 경영쇄신안]
이사회 의장직 영향력 커지고
경영투명성 강화로 표심 얻기
조현아 애착 갖는 국내외 호텔
매각·사업성 재검토로 대응도
㈜한진 소유 부동산 등도 처분
항공우주·기내식 사업에 적극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윌셔그랜드센터

조원태 한진칼(180640)의 과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터라 주총에서 안건을 통과시키려면 최소 7~10%의 지분을 더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조 회장은 대표이사직과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해 사내이사 혹은 사외이사가 맡게 했다. 이사회 의장직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한편 일종의 견제장치를 만들어 경영 투명성 강화를 강조한 셈이다. 한진칼 정관에 따르면 이사는 ‘3인 이상’으로 구성할 수 있다. 사외이사는 3인 이상으로 하되 이사 총수의 과반수가 돼야 한다. 다만 이사회 구성이 최대 몇 명까지 가능하다는 조항은 없다.

이에 따라 조현아 측과 조원태는 자신들의 측근으로 사내이사나 사외이사를 선임해 세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이사 후보를 선임해 ‘이사회 과반’을 확보할 경우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진칼 이사회는 조 회장을 비롯한 측근 인사 6명으로 구성돼 있다. 3월 말 조 회장과 이석우 변호사의 3년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조 전 부사장 등은 주주총회에서 2인의 ‘연임’을 막고 자신들이 선임한 이사진 구성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조 전 부사장을 비롯한 연합군의 지분율은 32.06%다. 다른 주주의 지분을 조금만 확보해도 신규 이사 선임이 가능하다. 연합군 측에서 거론되는 이사 후보로는 김남규 KCGI 부대표 등이 있다. 이사 신규 선임은 주주총회의 ‘일반결의’ 사항으로 △전체 주식의 25% 찬성 △주총 참석 주식의 50% 찬성이면 가능하다.


또한 조 회장이 매각을 선언한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부지는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를 원천 봉쇄하기 위한 포석이다. 시설 노후화로 영업이 중단된 파라다이스호텔은 외부 투자자를 유치해 공사를 재개하려 했으나 투자자를 찾지 못해 방치됐다. 파라다이스호텔 사업은 조 전 부사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할 경우 맡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 회장은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부지 매각에 이어 조 전 부사장이 관여했던 윌셔그랜드센터, 인천 그랜드하얏트호텔의 사업성까지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의 복직을 아예 차단하겠다는 의미인 동시에 지난해 11월 조 회장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정리할 것”이라고 한 구조조정의 일환이기도 하다.

아울러 한진칼은 KCGI의 제안대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그룹이 보유한 자산 중 시너지가 없는 자산을 매각할 예정이다. 매각 대상은 ㈜한진 소유 부동산, 그룹사 소유 사택 등 국내외 부동산뿐 아니라 국내 기업에 단순 출자한 지분 등이다. 지난해 3·4분기 기준 한진칼이 투자한 부동산은 3,278억원으로 집계됐다.

또한 한진그룹은 수익성 강화를 위해 항공우주사업, 항공정비(MRO), 기내식 등 그룹이 가진 전문사업 영역의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특히 항공우주사업과 항공정비 부문은 KCGI가 자회사 분리 이후 상장을 요구해온 사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은 이사회 산하 위원회 개편 발표 등 주주가치 제고를 강조하고 있다”며 “이에 맞서 다음주 조 전 부사장 측의 주주제안에서는 파격적인 안건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현아·KCGI·반도건설은 “이사회 결의는 급조한 대책”이라며 “구체성이 결여된 미사여구로는 한진그룹을 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진칼은 지난해 651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해 전년(618억원)보다 5.3% 늘었다고 이날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486억원으로 4.2% 증가한 반면 당기순이익은 321억원으로 15.3% 감소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