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에이전트가 되려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하나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이고, 돈은 많이 벌 수 있나요?’
이예랑 리코스포츠에이전시 대표에게는 이런 내용의 e메일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도 대리인 제도가 서서히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스포츠 에이전트를 꿈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서다.
“저도 처음 시작할 때 비슷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는 이 대표는 미래의 후배들을 위해 지난 2016년부터 매년 ‘응답하라 에이전트’라고 이름 붙인 만남의 자리를 무료로 마련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행사에는 신청자가 200여명이나 몰리기도 했다. “100% 질의응답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어떤 학생은 진로상담 때 선생님이 밥도 못 얻어먹을 직업이라고 해서 걱정된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밥은 충분히 먹고 다닐 수 있지만 그렇게 쉽게 얻어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대답해줬죠. 인터넷에도 스포츠 에이전트에 관한 질문과 답변들이 굉장히 많은데, 틀린 정보도 많아서 직접 답글을 남기기도 해요.”
에이전트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역시 선수로부터 “든든하다” “당신이 있어서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다” 등의 얘기를 들을 때다. 선수를 위한 노력도 물론 아끼지 않는다. 이 대표는 “지난해 두산의 오재일 선수가 정말 끼고 싶어하는 배팅 장갑이 있었는데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구하기가 힘들었다. 미국에서 알 만한 곳을 다 뒤져 뉴욕 양키스의 에런 저지가 끼던 모델과 같은 제품을 20장 구해왔더니 거짓말처럼 성적이 잘 나왔다”면서 “물론 장갑 하나 때문에 잘한 것은 아니겠지만 선수가 신경 쓰는 부분을 해결해줬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짜릿했다”고 말했다. 어떤 재질과 형태의 장갑을 좋아하는지, 연락은 전화나 문자 가운데 어떤 쪽을 편하게 받는지, 경기가 있는 날과 아닌 날 중 어떤 날에 만나는 것을 선호하는지 등을 선수별로 파악하고 잊지 않는 것은 에이전트의 기본이다.
시즌 뒤 구단 관계자와 마주앉는 연봉 협상 테이블은 가장 껄끄러운 자리 중 하나다. 이 대표는 그러나 “얼굴을 붉히는 일은 거의 없다.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설득인데, 이 과정에서 화를 내서는 일이 진행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열 가지 성격이 하루에 다 나온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다. 읍소부터 정색까지 할 수 있는 ‘스킬’을 다 써야 하지만 그 안에 ‘화’는 없다”며 웃었다. 투수의 경우 등판하지 않더라도 불펜에서 어깨를 푼 횟수까지 기록으로 남겨놓았다가 연봉 협상 자료로 활용하기도 한다.
KBO 리그는 매년 공인 대리인 자격 시험을 실시한다. 올해로 4회째다. 야구 규약은 기본이고 도핑 규정, 계약 관련법도 공부해야 합격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선수들에게 비시즌인 겨울이 에이전트에게는 가장 바쁜 시기다. 2월을 넘기면 그나마 한숨을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사진=오승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