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형(오른쪽 두번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열린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1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권욱기자
삼성그룹의 윤리·준법경영을 감시·감독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지난 5일 공식 출범하고 첫 회의를 가졌다. 이날 오후3시께 진행된 회의는 예상 종료 시각을 한참 넘긴 밤9시께 끝났다. 삼성뿐 아니라 재계에서도 전례가 없는 조직인 만큼 위원들은 위원회의 의미와 향후 운영방안 등을 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회는 이날 서울 서초타워 33층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1차 회의를 열어 삼성 7개 계열사의 준법경영 프로그램 운영현황 등을 보고받고 향후 운영을 위한 제반 규정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운영 규정에서 정한 위원회의 권한은 관계사 후원금, 내부거래뿐 아니라 최고경영진 및 총수를 포함한 특수관계인과 관계사 간 이뤄지는 각종 거래 및 조직 변경에 대한 모니터링까지 포함한다.
만약 위원회가 최고경영진이 준법의무를 위반할 위험이 있거나 실제로 위반했을 경우 위원회는 이사회에 직접 통보하고 관계사 준법지원인에게 해당 사안에 대한 조사와 결과 보고 및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위원회가 직접 조사도 나선다.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관계사들이 위원회의 요구나 권고를 재차 받고도 수용하지 않는 경우 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시할 수 있다. 관계사 준법지원인의 임명과 해임에 관해 해당 권한을 가진 이사회에 직접 의견도 제시한다. 외부에서 알기 어려운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신고자의 익명성과 비밀을 보장하는 별도의 신고 시스템도 갖춘다.
위원회를 지원하는 사무국의 독자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규정들도 정해졌다. 사무국장에 금융규제 분야 컴플라이언스 전문가인 심희정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가 낙점됐고 사무국 직원 관계사로부터 파견된 준법감시인 4명, 외부인사 4명(변호사 2명, 회계사 1명, 소통업무 전문가 1명)으로 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위원회 인선에 회계 전문가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삼성전자 등 7개 계열사 내 준법감시인으로부터 준법경영 프로그램의 운영 현황 및 계획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삼성의 윤리·준법경영에 대한 본격적인 감시체제를 발동하기 전에 각 사의 준법경영 의지를 확인한 것이다. 앞서 삼성은 지난달 30일 삼성 7개 계열사를 포함한 11개사에 대해 준법감시조직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각사 법무팀 산하에 있던 준법감시팀(컴플라이언스팀)을 대표이사(CEO) 직속 조직으로 격상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향후 회의는 각계에서 제기되는 위원회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들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출범을 알리는 기자간담회 이후 각계에서는 인선 내용뿐 아니라 총수에 대한 실질적인 견제가 가능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 지난달 17일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 4차 공판에서 재판부가 준법감시위의 진정성을 검증해 양형에 고려하겠다고 밝히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는 등 긍정적·부정적 시선이 교차하는 상황이다.
김지형 위원장은 회의가 끝난 뒤 “앞으로 개선·보완해야 할 것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담아내야 할지 시간을 갖고 논의하기로 했다”며 “간담회나 토론회 등 전문가 의견을 듣는 방식 등 의견을 수렴할 여러 가지 노력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위원회는 월 1회 회의를 하며 2차 회의는 오는 13일에 열린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