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이어 印까지 '혁신 노하우' 승부…우리금융 '亞 리딩' 속도낸다

[신남방 진격하는 K금융]
<2>'465개 글로벌 네트워크' 짠 우리금융
베트남서 펌뱅킹·IB 경쟁력 압도
印尼·캄보디아서도 점유율 확장
현지화·선진화 한 서비스로 돌풍
印·방글라 등 서남아도 공략 가속
사업다각화로 '종합금융' 잰걸음

베트남 호찌민 중심지인 1군 시가지에 위치한 베트남우리은행에서 현지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창구만 22개를 구비한 이 은행은 창구가 폐쇄형이거나 대기공간이 협소한 현지 은행들과 달리 개방형 창구와 쾌적한 공간, 세련된 인테리어로 현지 금융소비자들의 호감을 사고 있다. /빈난새기자

베트남 호찌민에 거주하는 응우옌판둑(43)씨는 최근 생애 처음으로 아파트관리비를 휴대폰으로 자동 이체하는 신세계를 경험했다. 베트남우리은행이 한국계 건설업체인 대원건설과 손잡고 베트남 최초로 시범 도입한 빌딩·아파트관리비 수납 시스템 덕분이다. 펌뱅킹 서비스의 일종인 이 시스템은 다양한 빌딩·아파트관리비용을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것은 물론 사용자가 모바일로 각종 관리비를 직접 조회하고 납부도 하도록 한 시스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일반화됐지만 여전히 입주자가 매달 관리사무소에서 관리비를 정산해 납부하고 관리업체는 수기로 경비 명세를 정리하는 베트남에서는 혁신적인 서비스다.

베트남우리은행은 기업 시스템에서 금융거래를 직접 할 수 있는 펌뱅킹으로 각 기업에 실시간이체·가상계좌·자동이체 등의 서비스를 구현해주는 ‘맞춤제작’ 사업을 벌이고 있다. 펌뱅킹이 이제 걸음마 단계인 현지 은행들과 견주면 비교조차 어려운 압도적인 경쟁력이다. 이를 위해 24명의 정보기술(IT) 전담부서도 구축했다. 초기에는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계 주거래기업이 핵심고객이었지만 베트남우리은행의 선진적인 펌뱅킹 서비스가 입소문을 타면서 이제는 현지 기업들이 먼저 거래를 제안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기준 베트남우리은행의 펌뱅킹 기반 이체 서비스는 매달 20%, 가상계좌 서비스는 40%씩 급성장했다. 베트남우리은행은 올해 빌딩·아파트관리 서비스에 이어 학교·학원비수납 서비스로 범위를 넓히고 회계·전사적관리시스템(ERP)·금융을 한 번에 연계한 펌뱅킹 서비스도 이달 중 출시해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경제가 연평균 7%씩 성장하는 베트남의 기업·투자금융(IB) 시장에서도 괄목할 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베트남우리은행이 현지 IB데스크와 국내 시중은행 최초로 베트남 1위 항공사 ‘비엣젯’의 항공기금융을 1억4,000만달러 규모로 단독 주선했고 베트남전력공사(EVN)와 자회사 2곳이 발주한 전력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도 2억8,400만달러 상당의 자금을 조달했다. 베트남에는 선진 금융기법을 갖춘 글로벌 은행들도 다수 진출했지만 한국계 기업이 3,000여개나 들어와 있을 만큼 우리나라와 경제교류가 깊은 베트남에 대해서는 국내 은행들의 이해도가 훨씬 높다. 베트남 기업금융 시장에서 우리은행이 앞서 가는 이유다. 지난달 14일 호찌민에서 서울경제와 만난 김상준 베트남우리은행 호찌민지점 차장은 “성장성·수익성뿐 아니라 한국과의 밀접한 경제교류로 관계가 우호적이라는 점에서 베트남을 필두로 한 동남아 지역은 글로벌 진출의 최우선 지역”이라며 “앞으로 파이낸스·자산운용·증권 등이 갖춰지면 금융그룹이 동반 진출해 외국계은행 1등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그룹의 글로벌 영토 확장 전략은 베트남뿐 아니라 동남·서남아 전역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 세계 465개 영업 기반으로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최대 네트워크를 갖춘 우리은행은 이 중 80% 이상을 동남·서남아 지역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현지화가 완료된 인도네시아에서는 거점은행인 우리소다라은행이 앞선 디지털 플랫폼으로 소매금융 경쟁력까지 강화하고 있으며 현재 13개 영업점을 갖춘 베트남에서는 내년까지 20개 이상의 네트워크를 확보할 계획이다. 또 2014년 현지 소액여신전문금융사, 2018년 현지 저축은행 인수로 이미 저인망식 영업망을 구축한 캄보디아에서는 1~2년 내 상업은행으로 전환하기 위해 2곳을 통합법인으로 합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국내 금융사의 진출이 상대적으로 더딘 서남아에서도 인도·방글라데시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넓히고 있다. 우리은행은 2012년 국내 은행 중 처음으로 인도 첸나이에 지점을 낸 뒤 현재 3개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공을 들이는 법인 전환 작업이 완료되면 2년 내 20개 지점으로 네트워크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6월에는 4,000만달러 규모의 증자도 단행했다. 우리은행은 국내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진출한 방글라데시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한때는 지점 폐쇄를 고민할 만큼 생존이 어려웠지만 철저한 현지화와 선진적 기업금융 노하우로 기업·소매금융 시장에서 두루 영업력을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1,300만달러가 넘는 당기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방글라데시에 지점 1곳과 출장소 5곳을 둔 우리은행은 2년 내 네트워크를 15곳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앞으로 은행·카드·할부금융사 등을 중심으로 영업 채널을 넓히는 데 머무르지 않고 증권·보험·자산운용사 등 비은행 부문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충할 계획이다. ‘종합금융’의 개념이 약한 신남방 지역에 종합금융그룹의 체계를 심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현재 10% 수준인 글로벌 부문 수익을 40%까지 확대하겠다는 게 우리금융의 목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신남방 지역의 순이익이 전체 글로벌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이를 만큼 투자의 결실이 나타나고 있다”며 “한발 앞서 확장해온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앞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리딩금융그룹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찌민=빈난새기자

자카르타=송종호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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