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중국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으로 떠나기 전 후난성 창사시에 있는 중난대학 상아병원에서 머리를 자르고 있다. /창사=신화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중국의 누적 사망자 수가 800여명을 기록하면서 지난 2003년 전 세계 사스 사망자 수를 넘어섰다. 신종 코로나사망자는 매일 100명 가까이 증가하고 있어 금명간 1,000명선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8일 자정 현재 중국 내에서 신종 코로나 누적 확진자가 3만7,198명, 사망자는 811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일일 추가 확진자는 하루 전보다 2,656명, 사망자는 89명이 각각 늘었다. 하루 확진자 증가 추세는 6일 3,143명, 7일 3,399명에 비해 다소 줄었지만 사망자 증가 추세는 6일 하루 73명, 7일 86명에 이어 여전히 증가 추세다.
특히 사망자는 2003년 사스 사태 때의 전 세계 사망자 774명을 훌쩍 넘어서 신종 코로나의 살상력 공포는 최근 수십년간 유행한 전 세계 전염병 가운에 최고 수위에 달하는 분위기다.
5일과 6일 각각 70명대였던 일일 사망자 수는 7일과 8일 이틀 연속 80명을 넘어서면서 신종 코로나의 살상력이 갈수록 위협적임을 보여줬다. 다만 신규 확진자의 경우 3일 3,235명을 기록한 뒤 매일 3,000명을 넘었으나 8일에는 2,000명대로 감소했다.
이날 중국 내에서 다른 국적자의 사망자가 처음으로 나왔다. 주중 미국대사관 대변인은 이날 “60세의 미국 시민권자가 6일 우한의 진인탄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일본인 가운데서도 사망자가 나왔는데 앞서 우한에서 폐렴 증세로 입원했지만 사망 시까지 신종 코로나 확진은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종 코로나 확산을 경고했던 의사 리원량의 죽음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언론의 자유에 대한 중국 학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우한의 탕이밍 화중사범대 국학원 원장과 동료 교수들은 공개서한을 내고 “이번 사태의 핵심은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라고 중국 당국의 언론통제를 비판했다. 베이징대 법학 교수인 장첸판도 “정부는 2월6일(리원량 사망일)을 ‘언론 자유의 날’로 지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회 전반에 대한 통제를 대폭 강화했던 것을 고려하면 예외적인 행보로 리원량의 죽음이 시진핑 체제를 흔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1989년에 일어난 민주화 시위로 촉발된 톈안먼 사태와 같은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한편 신종 코로나가 에어로졸(공기 중에 떠 있는 고체 입자 또는 액체 방울) 형태로도 전파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상하이시 민정국 청췬 부국장은 기자회견에서 “현재 확정적인 신종 코로나 감염의 주요경로는 직접 전파·접촉을 통한 전파 외에 에어로졸 전파가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중국 정부의 노력도 강화되고 있다. 중국중앙방송(CCTV)에 따르면 베이징 당국은 쇼핑몰·마트·지하철이나 버스 등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에게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공안기관이 처벌하고 심한 경우 구금 조치하기로 했다. 우한 형식의 도시봉쇄도 확대되고 있는데 현재 전국 14개 성·시가 교통통제와 시민의 이동을 제한하고 있지만 10일부터 관공서와 중국 내 기업들의 공장 가동이 본격화하면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커져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