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가 중단된 라임 펀드의 회수율이 모펀드 기준으로 50~6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조만간 라임자산운용측에서 공개할 개별펀드 손실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개별투자자 차원에서는 펀드 구조에 따라서 손실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은 환매가 연기된 라임자산운용의 3개 모(母)펀드 가운데 ‘플루토 FI D-1호’와 ‘테티스 2호’ 2개 펀드에 대한 회계 실사 결과를 7일 라임측에 전달했다. 이에 따르면 사모사채를 주로 편입한 플루토 FI D-1호의 자산회수율은 약 50%에 못 미치고,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에 투자하는 테티스2호의 경우 회수율이 60% 선에 그칠 것으로 조사됐다.
설정원본이 약 9,300억원 규모(지난해 10월 기준)인 플루토 FI D-1호의 경우 일부 국내외 부동산 개발사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나 중소기업 발행 사모사채의 회수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면서 손실률도 커진 것으로 평가됐다. 테티스2호의 경우 코스닥 상장사의 CB 등에 주로 투자돼 있어 소폭 회수율이 높게 나왔다. 지난번 중간 실사 결과에서는 40~70%선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는 모펀드의 손실률로 개인투자자들이 가입한 자(子)펀드들의 손실률은 개별 펀드 구조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라임펀드의 경우 자펀드 단에서 국공채펀드에 50%, 라임의 모펀드에 50%를 편입하는 구조로 설정된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손실률이 20~30%선으로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총수익스와프(TRS)를 이용해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했거나 모펀드 편입 비중이 높은 자펀드의 경우 손실율이 더 커질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환매가 중단된 173개 자펀드 중에서 29개 펀드가 TRS를 사용해 레버리지를 일으켰다. TRS가 포함된 펀드의 경우 회수 가능 자산중에서 TRS 대출을 해준 증권사에 우선 변제하고 남은 금액이 일반 개인투자자들의 몫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매가 중단된 173개 펀드에 투자한 총 4,000여명의 투자자 중에서 약 600~700명 가량이 TRS가 껴있는 자펀드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일부 투자자의 경우 원금을 거의 못 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를 라임자산운용이 펀드 기준가에 얼마나 어떻게 반영할지는 미지수다. 펀드 기준가 산정은 운용사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라임은 이번 주 재산평가 위원회를 열어 실사 결과를 반영해 자산별 평가가격을 조정한 뒤 오는 14일 상환·환매 연기된 펀드들의 예상 손익을 판매사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또 삼일회계법인이 회수 가능성을 현 시점에서 보수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에 현재 회수 불가 판정을 받은 자산들도 향후 채권 추심, 소송 등을 통해 원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회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펀드의 실제 손실은 이번에 산정된 기준가에 따른 손실보다 줄어들 수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최근 삼성자산운용 출신의 문경석씨를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새로 영입하고 자산회수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펀드 판매사들은 오는 12일 라임자산운용에 관리 인력 3~4명을 보내고, 금감원도 13일 검사역 2명을 파견할 계획이다. 펀드 자산 회수를 돕는 동시에 운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해외 무역금융 관련 자산에 주로 투자하는 ‘플루토 TF1호(무역금융펀드)’ 펀드에 대한 실사는 이달 말에 실사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이 펀드는 손실률이 플루토 FI D-1호나 테티스 2호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14일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실사결과 함께 사모펀드 제도 개선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