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4분기 상장사들의 실적 발표가 반환점을 돈 가운데 기업 절반 가까이가 ‘어닝 쇼크’ 급의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상장사들이 발표한 실적 잠정치와 시장 컨센서스와의 격차는 예년보다 줄어들어 ‘실적 바닥론’이 더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경제신문이 9일 지난해 4·4분기 연결기준 실적을 발표한 기업 중 시장 컨센서스가 존재하는 133개 기업(7일 기준)을 대상으로 컨센서스와 실적 잠정치를 비교한 결과 컨센서스 대비 10% 넘게 실적이 악화된 기업은 63곳으로 전체의 47.4%를 차지했다. 229억원의 영업적자가 예상됐던 삼성중공업(010140)이 일회성 비용 증가로 2,15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격차가 가장 컸다. 현대로템(064350)도 뚜껑을 열기 전 134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실제로는 740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적자 규모가 4.5배가 더 늘었으며 한화손해보험(000370)도 전망치의 2배가 넘는 적자를 보였다.
반면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한 기업은 전체의 24.8%인 33곳으로 집계됐다. 한국조선해양이 1,700억원의 영업흑자를 기록해 컨센서스(446억원)보다 4배 가까이 이익 규모가 늘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도 1,070억원이 영업이익으로 전망치(443억원)를 뛰어넘었다. 이밖에 HDC현대산업개발(294870), SBS(034120), 대교(019680) 등이 시장 전망치를 훨씬 웃도는 성적표를 받았다.
4분기에는 기업들이 일회성 비용을 털어내는 관행 때문에 전반적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놓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의 경우 호주 프로젝트 관련 충당금 등 해양 프로젝트 관련 비용을 4분기에 반영하면서 영업적자 규모가 커졌고, 현대로템도 국내 전동차와 해외의 일부 문제 프로젝트들의 손실을 반영하면서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4분기 어닝시즌은 다른 때보다 깜짝 실적보다는 어닝쇼크가 빈번하다”며 “일회성 비용을 마지막 분기에 털어내는 기업의 관행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증시는 어닝쇼크에 대한 충격보다는 실제 깜짝 실적을 낸 경우에 열광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올해 들어 지난 7일까지 어닝 서프라이즈 기업 33곳의 주가 상승률 1.89%로 코스피(0.65%)와 코스닥(0.42%) 지수 상승률을 웃돌았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초대비 19.9%의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SBS도 18.8%, 호텔신라(008770)도 1.3%의 주가 상승률을 나타냈다. 어닝 쇼크를 경험한 상장사 63곳의 평균 주가 변동률은 -7.05%였으며 LG화학(051910), 삼성SDI(006400), SK하이닉스(000660) 등 7곳은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발표된 실적 잠정치와 시장 예상치의 격차가 우려했던 것보다는 과도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있다. 지난해 4분기 어닝시즌 전 134곳의 영업이익 추정치 총액은 19조9,752억원이었지만 실제 잠정치 총액은 19조3,801억원으로 3%가량 차이를 보였다. 증권사들의 이익 추정치가 지속적으로 낮아진 탓도 있지만, 예년보다 격차가 상당히 줄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올해 1·4분기 ‘바이러스 리스크’로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는 가운데서도 지난해 4분기가 실질적인 바닥일 것이라는 분석도 여전히 힘을 받고 있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4분기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삼성전자(005930)와 현대차(005380) 등 대표기업의 실적이 잘 나와 증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듯하다”고 예상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