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라 주요 국제기관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낮췄다. 세계 제조업 공급망의 허브로 자리 잡은 중국이 생산활동을 멈추면서 해외 경제에 미치는 파장도 크다는 판단에서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 확산의 파장이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을 넘어서는 글로벌 충격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글로벌 경제에 큰 부담을 안겼던 사스보다 큰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9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자회사인 무디스애널리틱스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2.8%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마크 잰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종 코로나가 중국과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올해 세계 경제는 잠재성장률을 밑돌면서 실업자가 늘어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JP모건과 모건스탠리 등 투자은행은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세계 경제성장률이 최대 0.3%포인트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영국 경제 분석기관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3%로 낮췄다.
신종 코로나 확진 사례가 나오지 않은 국가도 중국의 경제활동 둔화에 따른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싱크탱크인 해외개발연구소(ODI)는 “신종 코로나로 중국의 수요가 1% 줄면 중·저소득 국가의 상품 수출은 40억달러(약 4조7,700억원)어치 줄어든다”고 내다봤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경제연구센터와 유럽위원회의 ‘국제산업관련표’를 토대로 중국 제조업 생산이 100억달러(약 12조원) 감소할 때마다 해외 기업들이 입는 피해액을 합치면 67억달러(약 8조원)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여기에 중국에서 생산되는 부품 공급이 끊기면 이곳에 생산기지를 둔 해외 기업도 완제품 출하가 어려워지는 등 실질적인 피해액은 650억달러(약 77조5,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ODI는 “지난해 중국의 세계 GDP 비중이 사스가 퍼졌던 2003년에 비해 4배 높다”며 “사스로 인한 세계 경제 손실이 500억달러(59조원)였다면 신종 코로나로 인한 손실은 3,600억달러(429조원)가 된다”고 추산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