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이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각본상을 받은 뒤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 할리우드 AFP=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2020)에서 각본상, 국제영화상, 감독상과 최고 영예인 작품상까지 수상하며 전세계 영화사를 새로 쓴 가운데 외신들의 극찬도 쏟아지고 있다.
먼저 뉴욕타임즈(NYT)는 기생충이 ‘한 편의 영화를 넘어선 기념비(milestone)적인 작품’이라고 극찬하면서 “92회를 맞은 아카데미 시상식은 그동안 백인 영화 제작자들이 만든 백인들의 이야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던 과거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며 “헐리우드 전체에 포용의 중요성의 일깨워준 영화”라고 높게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를 공개하는 추세를 향해 “기생충은 일부 다른 최우수 작품상 후보작과 달리 전통적인 방식으로 극장에서 상영됐다”며 “영화계가 수십년간 쌓아온 전통에 존경을 표할 줄 아는 작품”이라고도 썼다.
CNN은 이날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기생충’ 수상 소식을 걸면서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역사를 만들었다”며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최초의 비영어권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이어 “많은 이들이 제1차 세계대전을 그린 작품 ’1917‘을 선두주자로 여겼기에 이는 놀라운 결과”라고 부연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리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에서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송강호 등 ‘기생충’ 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뿐만 아니라 LA타임스는 “오늘 밤 가장 돋보이는 승자는 기생충”이라며 외국어 영화로서 기생충이 써낸 반전 드라마에 초점을 맞췄다. LA타임즈는 또한 기생충에 출연하는 배우는 물론 자본과 언어까지 모두 할리우드와 무관한 점을 지적하면서 “아카데미 시선이 최근 몇년 동안 꾸준히 다양해지면서 기억에 남을만한 외국어 영화들이 주류 박스 오피스에서 성공을 거두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USA투데이는 기생충이 최우수 작품상을 받자 바로 “마틴 스코세이지를 포함한 청중들이 모두 흥분했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달했다.
USA투데이는 이와 함께 별도 칼럼을 통해 “기생충은 굴곡진 블랙 코미디를 맛깔나게 풀어낸 봉준호 감독 커리어 최고의 작품”이라며 “영화사 곳곳에 흔적을 남길 빛나는 예술작(splendid work of art)”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영국 BBC 방송 역시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을 달성 소식을 전하면서 “매우 다른 계층의 두 가족에 대한 사회 풍자”라고 영화를 설명하면서 “아카데미 시상식 92년 역사에서 자막을 달린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처음”이라고 썼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