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도지사의 2심 재판부가 항소심 선고를 두 번이나 미룬 데 이어 재판장까지 교체됐다. 이로써 김 지사 사건 선고는 4·15총선은 물론 그보다 더 뒤로 밀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10일 서울고등법원은 법관사무분담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김 지사 항소심 재판을 맡은 형사2부의 재판장을 기존 차문호 부장판사에서 서울행정법원에서 건너온 함상훈(53·사법연수원 21기) 부장판사로 교체했다고 밝혔다. 함 부장판사는 지난 1992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청주지법 판사, 전주지법 부장판사,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을 거쳤다.

김 지사 재판부는 이에 따라 법원 내 진보성향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 주심 김민기 고법 판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교체됐다. 차 부장판사는 서울고법 민사16부로 이동했고 좌배석판사인 최항석 고법 판사의 경우 6일 광주고법으로 발령 난 바 있다.


서울고법 형사2부는 지난달 21일로 예정됐던 김 지사 항소심 선고를 바로 전날 취소했다. 지난해 12월24일로 선고를 예정했다가 이달 21일로 돌연 한 달이나 미룬 후 두 번째 연기였다.

변론이 재개된 지난달 21일 공판에서 재판부는 “김 지사가 ‘드루킹’ 김동원씨의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회를 봤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면서도 “현 상태에서 최종적 결론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각종 증거를 종합한 결과 김 지사의 주장과는 달리 김 지사가 2016년 11월9일 킹크랩 시연을 본 점을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상당 부분 증명했다고 판단했다”며 “그러나 법리에 비춰볼 때 다양한 가능성과 사정들이 성립 가능한 상황이라서 최종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당시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원이 정무적 판단을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또 차 부장판사와 최 판사 간 이견이 생기면서 결론을 내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결국 이번 사무 분담을 통해 두 법관을 해당 재판부에서 모두 뺀 것이다.

선고가 두 번이나 연기되고 재판부 일원까지 상당수 바뀌면서 김 지사 사건 선고는 차일피일 미뤄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1심에서 김 지사를 법정 구속했던 성창호 부장판사는 현재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1심 재판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성 부장판사 결심공판에서 그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서울고법은 이 밖에 형사5부에 윤강열 부장판사, 형사7부에 성수제 부장판사, 형사10부에 원익선 판사, 형사11부에 구자헌 판사, 형사30·31부에 김필곤 부장판사를 각각 배치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