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의 거취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운영의 공정성·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파생결합펀드(DLF) 제재심으로 여러 문제점을 노출해와 이번 기회에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①CEO 좌지우지하는데 위원 전원 금감원장이 위촉=우선 제재심 민간위원 구성이다. 제재심에는 총 21명이 위원으로 있다. 당연직은 금융당국 관계자 4명이다. 나머지 17명은 민간위원인데 관련 시행세칙에 따라 금감원장이 위촉한다. 또 이 중 제재심 대회의에 들어갈 5명도 제재심 위원장인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무작위가 아니라 지명해서 정한다. 모집단·제재심에 들어가는 민간위원 모두 재판으로 치면 검사 역할을 하는 금감원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금감원의 입맛에 맞는 위원을 제재심 위원으로 지명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물론 제재심은 금감원장 자문기구이므로 금감원이 구성을 정할 수 있다. 문제는 제재심의 파급효과가 CEO 연임을 제한할 정도로 강력하다는 점이다. 제재를 받은 사람이 나중에 행정소송을 할 수 있지만 인허가권을 쥔 감독당국과 각을 세우기 어려워 일단 직을 내려놓고 법원 판결을 받은 뒤 명예라도 회복하는 식이다. 그렇다면 제재심의 인적 구성에 변화를 줘 당사자의 억울함을 줄이고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재심 위원장을 민간위원으로 한다든지, 심의위원 위촉을 금감원이 아닌 별도의 장이 한다는 등의 공정성을 높이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DLF 제재심은 과거 정부 고위직을 지낸 인물을 심의위원으로 정하는 등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해명했지만 해당 위원이 자신을 위촉한 조직 내 회의에서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②공정위는 속기록 공개하는데…요약본만 공개하는 금감원=속기록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금감원은 제재를 최종 통보한 후 2개월 이내에 제재심 의사록을 공개한다. 하지만 참석자의 발언을 나중에 금감원이 요약해 공개하는 것이라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나왔는지 시장에서는 알 수 없다. 금감원은 “속기록 형태로 공개하면 제재심 위원들이 할 말을 못하는 등 심의가 위축될 수 있다”고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우 전원회의 속기록을 익명 처리한 후 공개해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심의안건은 다르지만 한국은행 역시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익명 처리한 뒤 회의록을 모두 공개한다.
③우리銀 비번 무단변경, 늑장 제재심 논란=우리은행 비밀번호 무단변경 제재심 시점도 논란거리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사가 비위를 저질렀으면 물론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서도 “지난 2018년 10월에 발견한 문제를 16개월이 지나 꺼내 들면서 무기한으로 금융사를 흔드는 것이 합당한지는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최근 금융위원회와 함께 “금융사 검사 종료 이후 검사 결과 통보까지 장기간 소요돼 금융회사의 법적·심리적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는 지적이 있다”며 “‘검사 종료-제재심-결과 통보’까지의 표준적 검사 처리 기간을 종합검사의 경우 180일로 규정하고 이를 초과하면 금융위에 반기별로 보고하도록 하겠다”고 규정변경을 예고한 뒤 다음달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