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예상 거래액 약 17조원. 국내 이커머스 업계 1인자로 불리는 쿠팡은 2014년만 해도 연매출 3,000억원에 불과한 중소업체였다. 그러나 이듬해 오늘 주문하면 내일 보내주는 ‘로켓배송’을 도입하면서 연매출 1조원으로 이른바 ‘퀀텀점프’를 이뤄냈다. 이후 2018년 쿠팡은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인 ‘로켓프레시’를 시작하면서 로켓배송 이후 3년 만에 연매출 4조원 규모로 급격히 성장했다. 기존 재래시장과 대형마트, 슈퍼마켓 소비자를 빠르게 유입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체 최후의 보루로 불리는 신선식품 시장의 주도권도 넘보게 됐다.
◇신선식품 시장 장악 나서는 쿠팡=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유통업체별 매출동향을 살펴보면 지난해 온라인 식품 매출은 쿠팡이 속한 온라인판매중개업체에서 37.4%나 증가했다. 반면 식품 매출 비중이 60%에 달하는 대형마트의 경우 같은 기간 2.4% 줄면서 역신장을 기록했다.
온라인판매중개업체는 쿠팡, 11번가, 인터파크, G마켓·옥션 등 4개 업체로 구성돼 있다. 업계에서는 쿠팡을 제외한 업체들의 식품 판매 비중이 현저히 낮아 사실상 쿠팡의 식품 매출 성장세로 해석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선식품 배송으로 식품 판매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쿠팡의 성장세를 짐작할 수 있는 수치”라고 귀띔했다.
◇새벽 배송이 바꾼 시장 주도권=오프라인 시장 최후의 보루로 여겼던 식품 시장의 주도권이 온라인으로 넘어가기 시작한 것은 쿠팡과 마켓컬리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신선식품의 새벽배송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실제 온라인 식품 매출은 쿠팡이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시작한 2018년을 계기로 크게 성장했다. 온라인판매중개업체의 온라인 식품 매출 증가율은 매년 12월 기준 2017년부터 2018년까지 20%대 성장률을 보이다 지난해 12월 44.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대형마트 식품 매출은 2017년까지 3.8%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2018년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서더니 지난해 12월에는 -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대형마트는 품질 경쟁력에 집중=온라인의 식품 공세가 거세지자 오프라인 식품 채널의 대장격인 대형마트는 품질 경쟁력을 강조하며 수성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는 신선식품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에서 기존 상품본부를 그로서리 본부와 비식품 본부로 나눴다. 신선식품 담당 조직도 신선1담당과 신선2담당으로 분리, 확대시켰다. 올해 첫 리뉴얼 점포인 월계점의 경우 신선식품을 강화하는 쪽으로 집중해 상반기 내 재오픈할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우수 산지 생산자들의 상품 발굴에 팔을 걷어붙였다. 과일, 채소, 수산, 축산 등 총 70여개 품목의 우수 로컬 상품을 개척해 판매한 결과 프로젝트 시행 후 6개월 만에 약 4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홈플러스는 지난 2018년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 주도로 신선식품 A/S 제도를 도입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눈으로 보고 품질을 확인하고 살 수 있다는 오프라인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안으로 신선식품 강화 방안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