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100만개 노마진(이익을 남기지 않음) 판매’에 나선 것은 마스크 공급에 숨통을 틔우고 가격 안정에도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중국 도매상의 입도선매 등으로 국내 마스크 가격 품귀 현상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에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 확산 우려가 커질 때부터 마스크 생산부터 유통까지 철저히 관리·감독하고 외국처럼 수출제한 조치 등에 나서야 했다며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마스크 가격 안정을 꾀하겠다는 강한 시그널을 시장에 내놓은 만큼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
10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내놓은 구호물자 공급대책의 핵심은 중기부 산하 TV홈쇼핑인 공영홈쇼핑을 통해 19일부터 마스크 100만개를 1,000원에 판매하는 것이다. 시중에서 마스크가 3,000원에 팔리는 것을 감안하면 유통 마진을 전혀 남기지 않는 수준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노마진 마스크 판매 시) 시중에서 팔리는 마스크 제품의 가격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희 공영홈쇼핑 대표도 “마스크 가격이 안정화될 때까지 판매를 통한 이익은 제로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영홈쇼핑로서는 판매 운영비 정도만 확보하고 사실상 노마진 판매에 나서는 셈이다.
정부가 직접 무상 지원이 아니라 홈쇼핑이란 일반 유통경로를 통해 노마진 판매에 나선 것은 가격 안정화에 대한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 사태 이전 생산업체의 납품가격이 개당 700~8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해 판매 가격을 1,000원으로 정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비상시국에 마스크로 폭리를 취하는 반사회적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성격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중기부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확산 우려가 커지는 국가적 비상사태에서 중간 유통업자들이 매점매석을 통해 폭리를 취하는 걸 방관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일단 마스크 노마진 판매 수량을 100만개로 정했다. 하지만 가격 안정 여부와 수급 상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추가로 공급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1명당 살 수 있는 마스크 수도 1세트로 제한하기로 했다.
또 사전 예고 없이 ‘게릴라 방송’으로 판매해 매점매석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없앤다는 방침이다. 최 대표는 “본 방송을 통해서만 주문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이와 함께 국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30만개 마스크를 공급할 계획이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이날 대책발표 브리핑에서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과거 공급가격을 유지하는 업체도 있다”며 “(신종 코로나 피해기업 지원을 위한) 예비비 확보 등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