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타슘 이온 농도를 측정하는 나노센서의 작동 원리. /사진제공=IBS

뇌졸중·치매와 함께 3대 뇌 질환으로 꼽히는 뇌전증(간질)으로 인한 발작을 실시간 감지할 수 있는 센서가 나왔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뇌전증 환자의 뇌 신경세포 활성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전신 발작 등 응급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나노입자연구단 현택환 단장 연구팀이 뇌전증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포타슘(칼륨) 이온 농도를 실시간 측정할 수 있는 수십 나노미터(㎚·10억분의 1ｍ) 크기의 센서를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의 불규칙적인 이상 흥분으로 인해 발생한다. 뇌 신경세포가 흥분하면 포타슘 이온을 바깥으로 보내 이완해야 하는데 포타슘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흥분 상태를 유지하면 발작과 경련이 일어난다. 그동안 뇌 속 포타슘의 농도 변화를 측정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소듐과 칼슘 등 세포막을 통과하는 다른 이온도 함께 분비돼 쉽지 않았다. 기존 기술로는 배양된 신경세포나 마취 상태의 동물 등 제한된 환경에서만 농도를 측정할 수 있어 실제 발작이 일어날 때 적용하기 어려웠다.

현택환 IBS 단장.

연구팀은 포타슘 이온과 결합하면 형광을 내는 염료를 나노미터 크기 입자에 넣은 뒤 나노입자 표면에는 포타슘만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얇은 막을 코팅해 포타슘 나노 센서를 개발했다. 이 센서를 생쥐의 뇌 해마와 편도체, 대뇌피질 부위에 각각 주입한 뒤 해마 부위에 전기적 자극을 가해 발작을 일으켰다. 그 결과 부분 발작은 자극이 시작된 해마에서 편도체, 대뇌피질 순으로 포타슘 이온의 농도가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전신 발작은 모든 부위에서 포타슘 이온 농도가 동시에 증가하며 지속시간도 늘어나는 게 관찰됐다.

현 단장은 “포타슘 이온 농도와 관련이 있는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다른 뇌 질환 연구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 10일자에 실렸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