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LCD 패널값…"脫LCD" 디스플레이엔 '단비' TV업체는 타격 불가피

[LCD 패널값에도 신종 코로나 불똥]
☞디스플레이
차세대 공정 전환에 시간 벌어
장기화땐 생산피해 등 변수로
☞TV 제조업체
LCD 매출 높아 원가상승 부담
코로나發 수요 침체도 우려


신종 코로나 사태로 액정표시장치(LCD) 가격이 빠르게 오르며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와 가전 업체들은 각자 다른 셈법에 들어갔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시장조사기관인 AVC는 2월 들어 LCD TV 패널 가격 상승폭이 전달 평균 1~2달러에서 2~3달러로 커졌다고 밝혔다. 해당 가격은 중국의 명절인 춘제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거래들이 대부분 반영된 것으로 신종 코로나 사태 악화로 춘제 연휴 연장, 중국 지방정부의 근로자 복귀 시한 연장 등의 영향은 반영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오는 3월부터 더 큰 폭으로 가격 상승이 이뤄지며 상반기까지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LCD TV 패널 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 LCD 업체들이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연휴 이후 공장 가동 지연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급 감소가 수요 감소를 두 배 이상 상회해 수급 불균형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탈 LCD’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올해를 차세대 디스플레이 전환의 원년으로 보는 만큼 공정 전환을 위한 시간을 벌었다는 안도감과 함께 향후 장기화될 수 있는 생산 타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가격 인상이 된 것보다 더 큰 폭으로 생산율이 저하될 경우 이 같은 단기 호재를 수익성 개선의 재료로 쓰지 못하고 허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 OLED 팹 공장의 양산을 1·4분기 안에 마무리하고 OLED 전환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예상보다 늦춰진 램프업 시기에 LCD 가격 상승이 ‘단비’가 됐다. 이 기간 LCD 사업부의 적자폭을 개선하고 상반기 램프업을 통해 하반기 TV 시장에서 OLED 점유율 확대를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OLED TV 진영이 총 19개 업체로 늘어난 만큼 시장 확대가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60인치 이상 대형 OLED TV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약 두 배 높은 197만7,000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향후 사태 악화 및 장기화 시 생산 타격 등은 변수다. 광저우가 위치한 광둥성은 우한시가 있는 후베이성 다음으로 감염자가 많아 연휴 기간 가동을 중단했던 난징·옌타이 공장의 경우 타 지역에 다녀온 근로자들이 순차 복귀함에 따라 가동률을 천천히 올리고 있지만 정상 가동률을 회복하기 전까지는 최소 2주 넘게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후베이·저장성 등 사태가 심각한 곳은 근로자 복귀에 대한 지방정부의 지침이 내려오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디스플레이도 QD디스플레이 설비 투자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기존 LCD 공정 장비를 처리하고 신규 장비를 들이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삼성전자(005930) 실적 콘퍼런스 콜을 통해 올해 투자 기조에 대해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LCD 사업부에서 수익성이 개선될 경우 신규 공정 투자에 더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TV 제조 업체들은 상황이 다르다. LCD 패널 가격 상승은 전체 LCD TV 매출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삼성전자와 LG전자(066570)에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QLED TV를 포함해 LCD TV가 대부분이고 LG전자의 경우 OLED TV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LCD TV 판매 비중이 80%가량을 차지한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LCD TV 패널 가격 인상에 따른 원가 부담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판매하는 LCD TV에 들어가는 패널 중 중국산의 비중은 약 40%에 달한다.

전반적인 수요 침체 또한 우려되는 부분이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소비 부진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당장 1·4분기 실적에 신종 코로나 사태 여파가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전자에서 TV 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의 지난해 분기별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은 4·4분기가 가장 높았으나 영업이익은 비용 부담이 적은 1·4분기가 가장 높았다. 하지만 올해는 LCD 패널 가격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높아져 실적 둔화가 예상된다. 아울러 통상적으로 매년 3월에 진행하는 TV 제조 업체들의 신제품 발표회가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아직 행사까지 시간이 좀 남았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가 지금과 같이 계속 확산될 경우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행사를 열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오프라인 가전 매장이 문을 닫고 외출을 잘 하지 않는 등 수요에 영향을 주고 있지만 온라인 시장도 빠르게 크고 있는 만큼 온라인 판매 등으로 수요 타격을 상쇄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수연·고병기기자 diver@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