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프놈펜에 위치한 KB국민카드의 캄보디아 여신전문사 ‘KB대한특수은행’ 본점에서 직원이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KB국민은행의 캄보디아 현지 1위 소액대출금융사(MDI)인 ‘프라삭’ 인수 소식으로 국내와 현지 금융권이 떠들썩했다. 특히 현지 금융권에서는 많은 금융사가 눈독을 들이던 우량 금융사를 외국계 상업은행이 인수했다는 소식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프라삭의 대출 규모는 현지에 진출한 KB캄보디아은행과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최근 5년간 연평균 대출성장률도 36%에 달한다. 현지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프라삭은 소액대출금융사 중 1위일 뿐 아니라 은행을 포함한 캄보디아 전체 금융사 중에서도 대출 3위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고 수익성이 좋은 업체”라며 “외국계 은행들 가운데 KB국민은행이 먼저 캄보디아 금융시장에서 승기를 잡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은행은 우선 프라삭의 지분 70%를 7,02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번 지분 취득으로 1대 주주에 오른 후 내년 말께 잔여지분 30%를 취득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전체 투자액은 1조원에 달한다. 국민은행은 오는 2022년까지 프라삭을 상업은행으로 전환하고 캄보디아를 KB금융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지난 2009년 진출한 KB캄보디아은행과의 합병을 통해 현지 1위 은행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다.
이처럼 국민은행이 프라삭 인수에 통 큰 베팅을 한 이유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동남아시아를 ‘제2의 헤드쿼터’로 삼고 글로벌 영토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전략에서다. 인도네시아·미얀마·베트남 등 KB금융의 동남아 네트워크 가운데 캄보디아는 가장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시장으로 꼽힌다. 주변 국가에 비해 모바일 보급률도 높아 디지털뱅킹 플랫폼인 ‘리브 KB 캄보디아’의 성장세도 빠르다.
KB캄보디아의 영업이익은 2015년 183만5,000달러(약 22억원)에서 지난해 말 370만8,000달러(약 44억원)로 2배가량 증가했다. 총자산과 대출 규모도 늘어나며 몸집 역시 커졌다. 2015년 4,470만2,000달러(약 533억원)에 불과하던 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2억332만8,000달러(약 2,424억원)로 5배가량 늘어났다. 매년 46%씩 성장한 셈이다. 총자산도 같은 기간 7,566만1,000달러(약 902억원)에서 2억6,288만달러(약 3,134억원)로 3배 넘게 증가했다. 건전성지수도 개선됐다. 2015년 당시 7.7%를 기록했던 부실채권(NPL) 비율은 지난해 말 0.6%로 낮아졌다.
캄보디아에 자회사를 두고 있는 계열사 간의 시너지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KB국민카드의 성과가 두드러진다. 2018년 KB국민카드가 캄보디아 토마토특수은행 지분 90%를 인수해 출범한 KB대한특수은행은 출범 9개월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3·4분기 누적 기준 당기순이익은 3억원을 돌파했다. 현지 금융권에 처음으로 자동차 할부금융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 본격적인 카드 사업 전개도 앞두는 등 현지 금융권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또 10일 프놈펜 센속 지역에 개설한 첫 해외지점을 통해 현지 특화 영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국민카드는 이번 1호 해외지점 개설로 동남아 3개국에 총 4개의 해외 영업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
인도네시아와 미얀마도 KB금융의 주요 전략국으로 꼽힌다. 국민은행은 2018년 7월 인도네시아 15위권 은행인 부코핀은행의 지분 22%를 확보하면서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올해 부코핀 지분을 추가로 인수해 인도네시아 금융권에서의 영향력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또 2017년 소액금융사(MFI)인 KB MFI 미얀마를 선보인 국민은행은 현재 진행 중인 은행업 인가에 성공해 동남아 금융시장 가운데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미얀마 금융권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는 각오를 다졌다. 국민카드도 지난해 인수계약을 체결한 인도네시아 여신전문금융사 ‘PT파이낸시아 멀티파이낸스’를 조만간 해외 자회사로 공식 출범시킬 계획이다. 이 회사는 현재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와 인수통합 작업을 앞두고 있다.
베트남과 라오스 역시 KB금융이 공들이고 있는 지역이다. 베트남의 경우 국내 지주사 중 후발주자로 나섰지만 2018년 진출한 KB증권이 1년 만에 현지 10위 증권사로 진입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앞서 2017년 KB국민카드는 계열사인 KB캐피탈과 함께 라오스에 합작 리스사인 ‘코라오리싱’을 설립하고 자동차 할부금융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KB금융은 동남아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한편 현지 금융사 인수합병(M&A)도 함께 추진해 글로벌 순익 비중을 높여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KB금융 관계자는 “올해 네트워크 확장과 적극적인 M&A를 통해 KB 글로벌화에 속도를 낼 것”이라며 “2018년 기준 1.8% 수준이었던 글로벌 순익 비중을 5년 내 10%, 10년 내에는 2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프놈펜=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