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교직원들이 11일 광주 북구 대학 생활관(기숙사)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기숙사 내에 격리 중인 중국 유학생들에게 도시락을 전달하기 위해 방역복을 입고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중국인 유학생들이 등교만 하지 않지 동네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텐데 조마조마합니다.”
경희대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54)씨는 요즘 시름이 깊다. 신학기 개학을 앞두고 북적거려야 할 대학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산해지면서 장사가 신통찮기 때문이다. 더욱이 개강에 맞춰 중국에서 들어오는 유학생들이 정부 방침에 따라 ‘자가격리’를 한다지만 지역을 돌아다녀도 이를 막을 방안이 사실상 없어 지역상권 위축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그는 “안 그래도 새 학기를 맞아 한 달 전부터 있었던 예약들이 줄줄이 취소됐는데 중국인 유학생들까지 돌아다니면 내국인들이 찾지 않을 것 같다”면서 “처음부터 완전히 격리해서 증상이 없어진 게 확실하면 복귀시켰으면 싶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한 가운데 사실상 ‘셀프격리’ 중인 중국인 유학생들이 지역사회를 활보하고 다녀도 현실적으로 제지할 방안이 부재해 인근 주민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12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 소재 대부분의 대학이 지난 5일 교육부가 내린 지침에 따라 겨울방학 중 중국을 방문한 유학생들에게 2주간의 자가격리를 실시하라고 공지했다. 유학생 격리 방식은 기숙사 입주생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학교가 마련한 별도 공간에서 자가격리를 진행할 기숙사 입주생들과 달리 학교 밖에서 자취나 하숙을 하는 유학생들은 해당 공간에서 격리생활을 한다.
문제는 개별 공간에서 자체적으로 격리를 실시하는 비기숙사 유학생들의 경우 사실상 통제를 받지 않는 ‘셀프격리’를 하게 돼 통제 방안이 마땅찮다는 점이다. 이에 대학가 인근 지역주민들은 격리 유학생들이 음식점과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경우 자칫 코로나19 확산의 불씨가 되는 것은 아닌지 긴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학들이 내놓은 대책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외국인 유학생 비중이 높은 서울시내의 한 사립대는 격리 중인 유학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발열 상태, 신체 이상증후, 이동 동선 등을 파악하고 있지만 관련 업무량보다 인력이 부족해 내실 있는 관리·통제가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예 소재 파악이 안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해당 대학 관계자는 “현재 인력으로 유학생들에 일일이 전화를 걸기가 버거운 상황”이라며 “아르바이트생을 추가로 고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학교 차원에서 기숙사 유학생들을 위한 격리 장소를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현재는 국내에 들어온 유학생이 적지만 새 학기가 가까워질수록 대규모 귀국 행렬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희대의 경우 자가격리가 필요한 유학생들을 위해 463실 규모의 건물 1개 동을 확보했지만 이는 3,000명이 넘는 전체 중국인 유학생 수를 고려하면 부족한 수량이어서 추가 확보에 나섰다. 한국외국어대와 고려대 등도 기존 확보한 기숙사 외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추가 공간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국외대 인근의 한 상인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었지만 중국인 유학생들이 대거 귀국하는 이달 말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대학이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실효성 있는 관리를 통해 지역사회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허진기자 h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