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햄프셔 경선도 박빙...샌더스 vs 부티지지 양강체제 굳어지나

美 민주 프라이머리 개표 결과
샌더스 25.9%로 1.5%P차 이겨
중도 클로버샤 19.7% 3위 이변
5위 추락 바이든 개표행사 불참
유색인종 많은 지역 경선이 관건
트럼프, 뉴햄프셔도 싱거운 승리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이 자신의 텃밭인 뉴햄프셔에서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시장을 꺾고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샌더스 의원과 부티지지 전 시장의 지지율 차이가 1%포인트대에 불과해 초반 민주당 경선이 사실상 2강 체제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치러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샌드스 의원이 25.9%(90.3% 개표 기준)의 득표율로 승리를 확정했다. 부티지지 전 시장은 24.4%로 2위를 기록했고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미네소타)은 19.7%의 지지로 3위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은 9.3%, 관심을 모았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8.4%에 머물러 추락했다. 샌더스 의원은 이날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모인 지지자들에게 “이곳에서의 승리는 도널드 트럼프의 종말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CNN은 “주로 20~30대 젊은층이 샌더스 의원을 지지했다”고 전했다.

뉴햄프셔에서는 샌더스 의원이 우위를 점하는 가운데 부티지지 전 시장의 막판 추격이 거셌다. 개표 결과 부티지지 전 시장이 득표율 차이를 1%포인트대로 좁히면서 중도를 대표하는 후보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AP통신은 “민주당에 샌더스와 부티지지의 2강 체제가 만들어졌다”고 보도했다.

클로버샤 의원도 숨은 승자다. 아이오와에서 12.3%의 지지율로 5위에 그쳤던 그는 뉴햄프셔에서 워런 의원과 바이든 전 부통령을 제치고 3위에 올랐다. 클로버샤 캠프는 승리한 것처럼 환호했다. 그는 “내가 트럼프를 패배시키겠다”며 기세를 올렸다.


5위로 하락한 바이든 전 부통령은 도망치듯 뉴햄프셔를 빠져나갔다. 그는 이날 저녁 행사를 갑작스럽게 취소한 뒤 자신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사우스캐롤라이나를 방문하기 위해 떠났다. 경선이 끝나면 결과와 관계없이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향후 계획을 밝히는 게 관례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AP통신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흑인이 많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다시 일어서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 오는 22일 네바다주 코커스(당원대회)와 29일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는 아이오와나 뉴햄프셔와 상황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아이오와는 백인 비율이 90%, 뉴햄프셔는 92%에 달한다. 부티지지나 클로버샤 같은 중도 백인 후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반면 네바다는 백인이 58.1%, 흑인이 9.7%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기대하는 사우스캐롤라이나는 백인 67.7%, 흑인 26.5%로 흑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아이오와나 뉴햄프셔보다 높다. 샌더스 의원과 ‘빅2’를 형성하고 있는 부티지지 전 시장은 흑인 지지도가 낮아 유색인종이 많은 네바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 거꾸로 이들 주에서도 선전할 경우 대세론을 굳힐 수 있다.

그만큼 바이든 전 대통령은 다급할 수밖에 없다. 퀴니피액대의 전국단위 여론조사를 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도가 지난달 26%에서 최근 17%로 떨어졌는데 이는 49%였던 흑인층 지지도가 27%로 급락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흑인이 많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 향후 경선 레이스가 불투명해질 확률이 높다. 이날 기업가 앤드루 양과 마이클 베넷 상원의원(콜로라도)이 경선 후보에서 중도 사퇴했다.

공화당 프라이머리에서는 예상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손쉬운 승리를 거뒀다. 트럼프 대통령이 85.7%(86% 개표기준)를 득표해 배정된 대의원 20명을 싹쓸이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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