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 회의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형오 위원장 주재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당내 지명도가 높은 중진급 의원 10명 이상을 지역구에서 도려내 험지로 보내는 파격적 공천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보수진영에서 황교안 대표가 종로로, 유승민 의원, 홍준표 전 대표 등이 험지와 불출마로 희생한 만큼 중진급 의원을 마치 공수부대가 고공낙하훈련을 펼치듯 격전지로 내보내 ‘총선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전략이다. 험지에서 살아서 친박·비박·친이 ‘딱지’를 떼고 통합한 보수진영으로 돌아오라는 강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12일 공천관리위원회 핵심관계자는 “당내 중진급 한두 명이 아니라 적어도 두자릿수 이상의 중진급 의원들의 공천 여부와 지역을 한꺼번에 발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친박·비박 의원 한두 명이 희생하기보다 한꺼번에 험지로 나가 총선 바람을 일으키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공관위는 이에 맞춰 당내 중진 의원들과 최근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에게 가야 할 험지를 제안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황 대표가 여권 대선주자 1위인 이낙연 전 총리와 맞붙기 위해 종로 출마를 선택했고 새보수당의 좌장인 유 의원은 불출마와 함께 ‘공천·지분·당직’ 모두를 내려놓기로 했다.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은 당에 거취를 일임했고 홍 전 대표는 여권 대선주자 김두관 의원과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양산에서 맞붙겠다고 밝혔다. 명분을 얻은 공관위는 추가로 중진들도 희생하라고 요구했다. 공식은 홍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험지 출마 또는 무공천이다. 수도권 지역의 중진 의원은 “두세 곳을 요구받았고 지역구를 떠나 그나마 당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곳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적어도 당내에 이름이 알려진 의원 10명 이상은 험지로 나가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대선주자급이 아닌 의원들 한두 명이 결단해봐야 큰 효과가 없다”며 “적어도 10명 이상이 단체로 용단을 하면서 기자회견 등을 통해 결기를 다지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불출마를 밝힌 중진 의원 측 관계자는 “전국의 험지에 실력 있는 중진급 의원을 뿌리듯이 공천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에서 초보나 이름 없는 후보가 나오는 지역에 관록 있는 의원들을 공천하면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이 같은 공천으로 전국적인 이슈를 만드는 동시에 험지에서 살아 돌아오면 ‘대통령 탄핵 사태’로 친박·비박 등 낙인이 찍힌 중진들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당의 일방적인 험지 요구에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중진들이 반발하고 탈당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PK 지역의 한 의원은 “수도권이야 서울이나 인천 거기서 거기지만 TK 의원이 PK로, PK 의원이 전혀 모르고 조직도 없는 수도권 험지로 가면 죽으라는 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