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테일 '식품 코드'에...과자업계까지 들썩

하이트 필라이트·농심 새우깡 등
PPL 안했는데 영화 곳곳 소품으로
업체마다 유튜브 마케팅 개시 등
기생충 업고 판매 확대 부푼꿈



영화 ‘기생충’에서 극중 기택(송강호)이 충숙(장혜진)과 반지하방에서 필라이트를 마시고 있다. /사진제공=바른손이엔에이

영화 ‘기생충’의 식품 코드에 국내 식품·주류업계 들썩임이 계속되고 있다. 짜파구리 뿐만이 아니다. ‘봉테일’이라고 불릴 정도로 디테일에 강한 봉준호 감독이 장면 곳곳에 상징을 담아 배치한 식품들에까지 국내외 영화팬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12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기생충이 오스카를 수상한 이후 영화에 나온 하이트진로의 저가형 발포주 ‘필라이트’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크게 늘었다. 필라이트는 기택(송강호) 가족이 반지하 방에서 마시는 술로 영화 초반 등장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기생충의 수상으로 필라이트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환기됐다”면서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돈을 내고 제품을 영화에 배치하는 PPL(product placement)이 아니라 단지 필라이트 제품만 협찬하는 형태로 영화 제작에 협조했다. 봉 감독은 필라이트가 저가형이라는 점에 착안해 반지하에 사는 가족이 마시는 술로 이 제품을 등장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기택 가족은 모두가 취업해 형편이 나아지자 필라이트 대신 수입 맥주 ‘삿포로’를 마신다.

필라이트는 맥아비율 10% 미만의 ‘기타주류’로 맥주보다 주세가 싸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맥주보다 가격이 40% 싸지만 맛은 큰 차이가 없어 가정 시장에서 반응이 좋았는데 앞으로는 기생충 효과까지 더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트에서 필라이트 6캔은 5,160원으로 같은 회사 테라(8,600원)보다 훨씬 저렴하다.

과자 업계에서도 기생충에 나온 제품들의 판매 확대에 대해 은근한 기대를 하고 있다. 기택 기족이 필라이트를 마실 때는 농심 새우깡, 삼양식품 짱구 등이 안주로 나오고 기우(최우식)가 슈퍼 앞에서 소주(하이트진로 참이슬 후레쉬)를 마실 때는 오리온 오징어땅콩이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들 제품은 출시된 지 오래됐고 판매량이 크게 변동하지 않는 스테디셀러인데 영화 기생충을 계기로 판매가 확대할 것으로 업체마다 기대하고 있다”면서 “농심이 세계인을 대상으로 짜파구리 유튜브 마케팅을 시작한 것처럼 이들도 적절한 마케팅을 전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영화에 등장한 고가 제품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박 사장(이선균) 집에서 냉장고에 가득 넣어두고 마시는 ‘보스(VOSS) 스파클링 워터’다. 이 제품은 노르웨이의 빙하물을 병입한 것으로 포털 사이트 가격 검색에서 800㎖들이 12병이 7만원이 넘을 정도로 비싸다.

기택 가족이 박 사장 집에서 털어먹는 고급 양주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나올지도 관심이다. 발렌타인 30년산, 로열 살루트 등 고가 위스키는 이미 국내 시장에서 하락세가 본격화한 제품들인데 이번 영화가 양주 애호가의 ‘향수’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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