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경기도 안양시의 한 어린이집에서 관계자들이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안양시
“봄방학에 대한 가정통신문이 왔는데 신학기 준비로 방과후반(종일반) 운영을 안 한다고 합니다. 맞벌이인데 아이 맡길 곳이 없네요.”
“감염증 확산 우려에 봄방학이 보름으로 늘었는데 방과후는 없다고 합니다. 학원 여러 곳을 돌린다면 감염병 우려는 더 커지는 게 아닐까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유치원 수업 일수를 최대 18일 단축할 수 있다는 교육부 지침에 학사일정을 조기에 종료하고 봄방학에 들어간 유치원들이 늘어나면서 맞벌이가정을 중심으로 ‘돌봄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봄방학은 2019학년도 전체 학사일정이 종료됐다는 뜻으로 학기 중 방학과는 달리 종일반 운영을 안 하는 유치원들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앞선 학교 휴업 당시와는 달리 봄방학 돌봄 공백과 관련한 지침을 내리지 않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7일 나온 수업 단축 지침 이후 학사일정 종료(조기 봄방학)를 택한 유치원이 빠르게 늘고 있다. 각급 학교의 전체 휴업 수는 7일 오전10시 기준(6일 수치) 647개교로 최고치를 찍었으나 지침 안내 다음날인 10일 오전 기준(7일 수치)으로는 365개교로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 이는 7일 기준 459곳에 달했던 유치원 휴업 숫자가 하루 사이에 186곳으로 줄어든 게 주요 이유인데 등교 중이거나 개학 연기, 휴업 중이던 유치원 상당수가 학사일정을 서둘러 종료하고 봄방학으로 전환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이 기간 유치원 학사 종료 비율은 35.9%(3,091개원)에서 39.3%(3,882개원)로 3.4%포인트 늘었고 개학 연기 및 휴업은 6.6%(570개원)에서 3.0%(258개원)로 줄었다. 등교 숫자는 21곳 증가했다. 수업 단축 가능 지침이 명확해지자 교육과정 운영 여건 등이 그리 까다롭지 않은 유치원에서 앞다퉈 조기 학사 종료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유치원 학사 종료 비율은 13일 기준 46.3%(3,980개원)로 수업단축 지침이 공개된 이후 10.4%포인트 늘었으며 다음 주부터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통상 일주일 이하로 짧았던 봄방학이 약 절반 가까운 유치원에서 보름 이상으로 길어졌지만 방과후 운영률은 신학기 준비, 2019학년도 종료 등을 이유로 학기 중보다 낮아지기 마련이라 맞벌이가정에서 돌봄 공백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운영 시에도 유치원 졸업에 해당하는 7세반 방과후를 5~6세반과는 달리 제외하거나 통학버스 운영을 중단하는 등 각종 제약이 뒤따른다. 이런 문제는 사립유치원보다 국공립유치원에서 더 심각하다. 국공립유치원들이 학사일정을 더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탓에 방학 일수가 일반적으로 사립유치원보다 길고 종일반 운영 비율 및 적용 규모도 더 낮다. 실제 서울의 경우 공립유치원 원아 중 종일반 원아 비율은 56.7%(9,502명), 사립유치원 중에서는 72.3%(4만4,345명)에 달한다.
게다가 교육부는 봄방학 장기화로 돌봄 공백 우려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앞선 학교 휴업 때와는 달리 별다른 돌봄 지침을 내리지 않아 유치원들의 대응능력이 떨어지고 있다. 교육부가 각 시도 교육청에 보낸 수업 단축 안내 공문을 보면 교육과정 성취기준에 제시된 핵심 내용이 누락되지 않도록 온라인 학습 등에 차질이 없게끔 당부하는 내용에 그친다. 맘카페 등에 맞벌이가정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지만 교육부는 “원마다 방과후 운영 상황이 다르다. 정확한 현황은 파악해봐야 안다”고 답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종일반이 없어 학원을 택할 경우 불필요한 사교육 비용이 발생하고 불특정 다수와 더 접촉하게 돼 감염병 우려는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라며 “봄방학 본격화에 앞서 맞벌이가정의 돌봄 공백을 해소할 대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희원·이경운기자 heew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