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짓 길(왼쪽) 이노와이즈 대표이사와 양경휘 이노와이즈코리아 대표. /사진=이노와이즈코리아
보스턴 아동병원에서 비뇨기과를 이끌고 있는 카를로스 에스트라다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학 교수는 지난해 간판을 단지 갓 1년도 안 된 신생 기업의 문을 두드렸다. 그가 손에 든 것은 누에가 뿜어낸 실크(silk)에서 추출한 피브로인(fibroin). 그는 선천성 기형의 치료제 개발을 위해 미 터프츠대학 연구진과 장장 10여년간 연구를 거듭해 왔다. 동물실험까지 성공으로 이끈 그가 결과물을 ‘상품’으로 완성하기 위해 발걸음을 향한 곳은 뜻밖에도 이노와이즈라는 ‘바이오 디벨로퍼(Bio Developer)’였다.
신생 바이오 기업이 쟁쟁한 글로벌 제약사들을 제친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13일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이노와이즈코리아에서 만난 아짓 길(Ajit Gill) 이노와이즈 대표이사(CEO)는 “신약개발의 성패는 얼마나 적은 돈을 들여 개발에 성공하고, 또 성공한 뒤 신약의 가치를 얼마까지 키우느냐에 달렸다”며 “이노와이즈는 신약 개발부터 투자유치, 라이센스 아웃(L/O), 그리고 매각까지 성공한 경험이 있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팀을 꾸려 여기에 대한 솔루션(solution) 제공하는 회사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길 대표는 미국 제약회사인 넥타(Nektar Therapeutics)의 창립 주역으로 다수의 신약 개발에 성공한 경험을 가진 전문가다. 넥타는 화이자(Pfizer) 등으로부터 15억달러 투자를 유치해 성장한 기업으로, 2017년 당시 시가총액이 140억달러(한화 약 16조5,000억원)까지 오르기도 했던 기업이다.
구성원의 면면도 화려하다. 신약 연구·개발(R&D) 분야에서 글로벌 강자인 인도 락사이파마의 대주주 밤시 마디파트라(Vamsi Maddipatla)가 공동 창업자다. 에스트라다 교수도 이노와이즈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타이레놀로 유명한 글로벌제약사 존슨앤드존슨이 인수한 타리스(Taris)의 전 CEO 퍼나난드 사마(Purnanand Sarma)도 이사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국 바이오 기업엔 ‘꿈의 관문’으로 여겨지는 미국 식품의약청(FDA) 승인으로 가는 지름길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이 때문. 양경휘 이노와이즈코리아 대표는 “신약은 상용화까지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경험이 없는 기업이 성공하긴 어렵다”며 “이노와이즈는 FDA가 필요로 하는 모든 단계를 경험해보고, 이를 어떻게 관리할 줄 아는 이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FDA가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노와이즈는 개발 중인 희귀의약품(Orphan Drug)의 초기 단계부터 FDA뿐만 아니라 미국 대형 병원과 협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임상 2상이 진행 중인 혈액암과 폐 질환 관련 신약 등을 포함해 총 9개의 신약을 개발 중이다. 자체 개발약도 있지만 파트너십을 통한 ‘오픈 플랫폼’으로 개발하는 신약도 포함돼 있다.
신약 개발에 필요한 전 과정을 수직계열화해 개발 비용을 급격히 낮춘 것도 강점이다. 아랍에미리트 기반의 글로벌 제약회사인 네오파마(Neopharma)와 락사이, 그리고 임상센터인 클린싱크(Clinsync), 원료의약품 제조기업인 테라피바(Therapiva) 등이 관계회사다.
최근 화신테크(086250) 인수를 통해 한국 시장에 진출한 것도 성공에 목마른 바이오 기업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이노와이즈는 화신테크에 신약 물질을 제공해 상업화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오는 20일 화신테크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되는 새 경영진은 추후 청사진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한국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네오파마와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
양 대표는 “임상비가 많이 들어도 (FDA 승인 때문에) 결국 미국에서 임상 시험을 할 수밖에 없는 데 노하우나 전문성, 경험 등을 통해 이노와이즈는 빠르고 싸게 성공하는 길을 찾을 수 있다”며 “우리가 보유한 생태계를 통해 정말 좋은 신약을 세상에 이끌어 내는 ‘디벨로퍼’가 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