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조현아 연합, 한진칼 이사회 김신배 전 SK부회장 등 8명 확대 제안

현행 6명에서 신규 이사 8명 추가해 최대 14명
조원태 회장 측 인물 중심 구도 깨고
과반수 확보해 회사 중요 의사결정 영향력 의도


한진(002320)그룹 지주사 한진칼(180640)의 주요 주주인 행동주의 펀드 KCGI와 조현아 전 부사장, 반도건설이 내달 27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전문경영인과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이사 8명을 추가로 선임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6명인 이사회 구성을 최대 14명까지 늘리는 방식이다. 또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위해 이사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한편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를 제안했다.

13일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은 이와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주주제안을 공개했다. 우선 주주연합은 현재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4명 총 6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 8명의 후보를 더해 최대 14명까지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다. 주주연합은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 김치훈 전 대한항공(003490) 상무를 사내이사 후보로,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를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사외이사로는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교수, 이형석 수원대 교수,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 사람 변호사 등을 후보로 올렸다.

주주연합이 추천한 이사회 후보들. 왼쪽부터 김신배 전 SK부회장,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 김치훈 전 대한항공 상무,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
주주연합은 이번 주총에서 조 회장을 비롯해 사외이사인 이석우 법무법인 두레 변호사의 재선임 안건이 부결되고 제안한 후보자들이 모두 선임돼 한진칼 이사회가 12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만약 조 회장과 이 변호사가 재선임 되면 이사회는 최대 14명이 된다.

주주연합이 파격적으로 이사회 의석수를 확대하자고 제안한 이유는 현 이사회가 조원태 회장 측 인물들로 구성돼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번 주총에서 조 회장과 이 변호사의 임기가 연장되지 못하고 새로운 인물들이 선임된다고 해도 한진칼 이사회 의결권의 과반수 이상(66.6%)은 기존 이사들이 가진다. 의사결정 체계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다수의 신규 이사를 이사회에 투입, 의사결정 방식을 바꾸겠다는 취지다. 8명이 신규 선임되면 과반수 이상을 주주연합이 쥐게 된다. 실제로 한진칼은 정관에 이사수 한도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고 이사회 구성원을 ‘3명 이상’으로만 규정하고 있어 숫자를 늘릴 수 있다.


다만 주주연합의 이런 제안에 대해 한진 측에서 추가로 이사 수를 늘리겠다고 나설 경우에는 애매한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한진 측이 주주연합이 제시한 것과 같은 수의 이사 확대를 제안하면 이사회 의사결정 구조는 기존과 동일해 진다. 다만 이사회 구성이 너무 비대해지면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편 주주연합은 이외에도 대주주 중심 경영에서 벗어나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이사의 자격요건과 관련 현행 법규보다 더 강화된 청렴성 요건을 추가하고 이사회의 독립성 제고를 위해 이사회 의장을 대표이사와 분리,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하는 것으로 제안했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의미하는 ESG 역량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거버넌스위원회, 준법감시, 윤리경영위원회, 환경사회공헌위원회를 신설하는 규정을 정관에 넣어 사외이사의 실질적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다. 8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자본시장법상 이사회 구성의 성별 다양성 확보 내용을 정관에 선도적으로 도입하자고 밝혔다.


이밖에 소액주주를 위해 전자투표제를 신설하는 방안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이사의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 등을 정관에 명시할 것을 요구했다. 또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보상위원회의 의무적 설치를 규정하자고 제시했다.

한편 한진그룹은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KCGI의 주주제안을 이사회에 상정, 주주총회 안건으로 채택할지를 결정할 방침이다./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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