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가 내부적으로 다음달 10일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하고 노조비를 일시적으로 대폭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4조 2교대 근무’를 위한 추가 인력 충원 요구를 관철하려면 총파업이 불가피한데 이를 위해 조합비를 올려 걷어 파업 조합원들의 임금손실분을 메우겠다는 것이다.
13일 철도노조와 코레일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6일 조상수 철도노조 위원장, 지방본부장, 대의원 등 약 200명이 참여한 대의원대회를 개최하고 ‘2019~2020년 파업기간 임금손실 보전 및 임금 형평성 확보를 위한 특별기금 조성 결의’ 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하면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임금손실분이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그동안 철도노조는 조합비의 일부를 ‘파업기금’으로 조성해 손실분을 보전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닷새간 총파업을 벌인 상황에서 다음달 예정된 총파업을 대비하기에는 기금부족이 예상돼 한시적으로 조합비를 올려받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조합비 인상률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서울경제 취재 결과 코레일 사내게시판 등에서는 현 기본급 대비 1.8%인 조합비를 8.2%로 인상할 것이라는 얘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경우 과장급인 4급 20호봉을 기준으로 현재는 다달이 5만8,400원을 납부하는 노조비가 26만6,080원으로 뛰게 된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철도의 경우 필수유지 업무자가 있어 부득이하게 파업에 참가하지 못하는 형평성 문제가 있다”며 “오는 3월까지 투쟁이 끝나고 나면 소요되는 비용을 전체적으로 살펴 인상률도 검토할 것이다. 인상은 1회로 계획하고 있으며 8.2%보다 줄어들 수도,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철도노조 측은 ‘노조가 8.2%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의 문서가 사내에 공유되는 데 대해 “공사 경영진이나 노무관리부서에서 만들어 뿌린 것”이라며 “노조 내부의 분란을 조장하는 부당노동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조합비 8.2% 인상 검토설에 대해서는 공사도 인지하고 있지만 문서를 본사 노사협력처 등에서 만들었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철도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은 지난해 11월 총파업 때 제시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현행 3조 2교대 근무를 4조 2교대로 변환하고 추가 인력 약 4,600명을 뽑아달라는 것이다. 코레일·철도노조·국토교통부는 노사정협의체를 꾸려 구체적인 인력 증원에 대해 협의할 계획이지만 국토부는 지난해 11월 당시 ‘국민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인력 충원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실력행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총파업은 다음달 10일로 내부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코로나 와중에...국민이 파업 이해하겠나” 코레일 내부 부글
[철도노조 3월10일 총파업]
영업적자 수백억 달하는데
노조는 “4,600명 더 뽑아라”
“실익도 없는 싸움 왜 하는지”
아예 노조 떠나는 직원들도
코레일 내부에서 노조의 조합비 일시 인상 방침과 ‘3월 총파업’ 계획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방역에 비상이 걸린데다 정부가 4조2교대 업무 변화와 인력 충원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파업을 해도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코레일 직원 중 몇몇은 철도노조를 탈퇴하고 있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13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국토교통부는 코레일과 철도노조가 제출한 필요인력 증원과 관련해 검토가 되지 않아서 증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지난해 11월 전달했고 3개월이 지났는데도 방침이 바뀌지 않고 있다”며 “저희도 말로 이야기가 안 되기 때문에 실력행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철도노조·코레일·국토부는 업무 방식을 현 3조2교대에서 4조2교대로 개편하고 이에 따른 추가 인력 채용 규모를 논의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다는 것이다.
코레일에 따르면 철도노조는 지난해 11월 파업 당시와 같은 4,600명 인력 채용을 변함없이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공공기관의 정원을 관리·감독하는 기획재정부가 증원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파업 둘째날인 지난해 11월21일 “철도노조의 인력충원 요구는 주당 39.3시간의 근로시간을 37시간으로 단축하기 위한 것이지만 인력을 41.4%나 늘리고 인건비도 4,421억 원 증가시키는 등 큰 부담이 발생한다”며 “추가 수익 창출이나 비용절감 없이 일시에 4,000여명의 인력을 증원하는 것은 영업적자 누적 등 재무여건을 악화시키고 운임인상 등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코레일의 2018년 영업적자는 339억원이며 당기순손실은 1,049억원에 달한다. 코레일 관계자는 “인력에 대해서는 정부·코레일·노조 모두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다만 의견 차이가 많이 나 현실적으로 (협의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경제가 코레일 사내게시판을 취재한 결과 3월 파업계획과 조합비 인상에 불만을 표하는 글이 많았다. 익명으로 올라온 한 글에는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로 경기가 침체되고 자영업자들은 죽는다는 아우성이 들려오는데 파업으로 내 밥그릇 챙긴다는 노조를 보며 국민들이 얼마나 호응해줄까”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외에도 ‘노조 집행비를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거나 ‘국토부 눈치를 보는 사측이나 전혀 양보할 수 없는 노측이나 본인들의 기득권만 생각하는 것’이라고 꼬집는 글들이 있었다.
손병석 코레일 사장도 지난 4일 “3월 파업을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로 인한 국가적 어려움을 노조에서도 감안할 것으로 본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지난해 11월 파업의 경우에도 파업 찬성률이 전체 조합원의 53.9%로 집계돼 2005년 코레일 설립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낮았고 파업 참가율은 30% 내외에 불과해 직원들의 회의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노조 탈퇴 바람도 불고 있다. 며칠 전 탈퇴 신고서를 제출했다는 코레일 직원 A씨는 “사원·대리급 직원들의 경우 노조에서 나가면 주변에서 ‘배신자’로 보는 눈초리가 있어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는데도 탈퇴하는 것”이라며 분위기를 설명했다. 철도노조 조합원은 2만1,963명으로 코레일 전체 직원 3만2,280명 중 68%를 차지하지만 지난해 코레일 공채직원을 중심으로 신규 노조가 결성되는 등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