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돈을 만기일까지 갚지 못하면 지연이자를 주기로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자 소급일을 정하지 않았다면 차용일이 아닌 만기일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대여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4년 3월 B씨에게 연 4%의 이자로 1억2,000만원을 빌려주면서 2018년 3월 만기일에 원금과 이자를 일시 상환하는 계약을 맺었다. 다만 만기일에 상환하지 못하면 연 20%의 이자를 적용하기로 조건을 달았다. B씨가 만기일에 상환하지 못하자 A씨는 연 4%가 아닌 연 20%의 이자를 적용한 돈을 갚으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원고가 피고에게 몇 차례 금전을 대여했는데도 피고로부터 제때 상환받지 못해 지연이자 약정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계약에서 말하는 연 20%의 이자는 상환이 지체될 경우 차용일에 소급해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이 법리 판단을 잘못했다며 원고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대법원은 “연 4%의 약정이자 대신에 연 20%의 지연이자를 언제부터 지급해야 하는지 이 사건 계약서에 명시돼 있지 않다”며 “비록 계약서에 ‘만기일에 상환이 지체될 경우 연 20%의 이자를 적용한다’는 문구가 있지만 그것만으로 만기일로부터 4년 전으로 지연이자의 기산일을 앞당겨 정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