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7일 다카르랠리의 결승점인 사우디아라비아 치디야에 도착한 류명걸(왼쪽) 선수, 랠리 전 과정을 함께 한 정주영 작가가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 /사진제공=정주영 작가
다카르랠리 코스 중간중간에 설치된 임시숙소에는 매일 저녁 세계 각국의 선수들과 랠리팀 관계자들, 주최 측 요원들과 보도진들이 모인다. 그중 자동차 부문에 출전한 중국 선수들은 류명걸 선수와 똑같이 다카르에 도전하는 루키들이었다. 다만 그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때깔’이 달라 보였다.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식사가 있는데도 밥차와 요리사까지 대동해 중국요리를 먹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정주영 작가는 “한마디로 도전의 질이 달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다카르랠리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기업의 후원 여부에 따라 차이가 난다. 기업이 뒷받침해주는 선수는 정비팀뿐 아니라 빨래를 해주는 인력까지 몰고 다니지만 류 선수는 모든 일을 혼자 도맡아야 했다. 그나마 바이크를 렌트해준 클림치브팀에서 정비를 대행해줬다.
동양 선수들을 아예 적수로 간주하지 않는 서양 선수들, 당장은 어설퍼도 꾸준한 도전 끝에 성과를 내기 시작할 중국 선수들, 개인의 힘으로 도전해 놀라운 성과를 거뒀지만 ‘다음 기회’도 ‘후임’도 없는 류 선수. 이러한 상황은 비단 한국 모터스포츠 분야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국내의 모든 비인기 스포츠, 비주력산업에서 똑같은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그렇게 고생하며 아시아 최고 기록을 거둔 류 선수지만 언제 다시 다카르랠리에 참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자금 문제 때문이다. 류 선수는 “안정적인 스폰서가 있으면 가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어려울 것 같다”며 “당장의 목표는 경매에 나온 바이크를 사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클림치브가 내놓은 바이크의 경매가는 3,200만원. 한국으로 가져오는 물류비까지 약 4,000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류 선수는 사진집·티셔츠 같은 다카르랠리 굿즈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오프로드 모터사이클 교육도 계획하고 있다. /유주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