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5월 ‘플루토 TF 1호(무역금융펀드)’를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의 펀드 2개 등 총 5개의 해외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한 라임자산운용은 2018년 6월 IIG펀드의 기준가 미산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자 11월까지 IIG 기준가가 매월 0.45%씩 상승하는 것으로 임의로 조정해 기준가를 조작했다. 총수익스와프(TRS)를 통해 무역금융펀드에 자금을 대출해준 신한금융투자는 IIG의 부실 및 청산절차 개시를 알리는 e메일을 수신하고도 열흘 후 라임자산운용이 IIG펀드에 투자하는 무역금융펀드 환매대금 5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해외 무역금융펀드를 합해 모자형 구조로 변경, 다른 펀드로 부실을 전가하는 것을 용인했다.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1월 IIG펀드에서 약 1,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또 다른 해외 무역금융펀드인 BAF펀드가 6년 만기 폐쇄형으로 전환됐음을 통보받았다. 그럼에도 IIG 펀드 부실을 숨기고, BAF 펀드 환매불가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무역금융펀드를 해외 SPC에 장부가로 처분하고, 그 대가로 약속어음을 수취하는 구조로 변경했다. 이 기간에도 판매사를 통해 상품은 계속 판매됐다. 이달 말 나올 무역금융펀드 실사 결과에서 5개 해외 무역금융펀드 투자손실이 2억달러 이상 발생할 경우 투자자는 투자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원은 14일 이 같은 내용의 라임자산운용 중간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8월부터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에 대한 검사를 진행해온 금감원은 이들이 IIG의 펀드부실에 대해 알고도 계속 판매하는 등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지난 5일 검찰에 사기혐의로 통보했다.
금감원 검사 결과 발표에서 드러난 그간 라임자산운용의 행태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라임자산운용은 A펀드가 투자한 코스닥상장사의 전환사채(CB)에 대한 감사의견 거절에 따른 손실발생이 회피하기 위해 B펀드를 통해 신용등급과 담보가 없는 상장사의 사모사채를 인수했다. 그 후 상장사로 하여금 이렇게 받은 자금을 A펀드의 부실 CB를 액면가에 사들이는 데 사용하도록 했다. 이런 식으로 A펀드의 손실을 회피하고, B펀드에 손실을 전가했다.
또 관련법이 환매대응을 위한 자전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하자 D펀드를 다른 운용사의 OEM펀드에 가입시킨 뒤 이 OEM펀드로 하여금 E펀드의 자산을 매수하는 이른바 ‘연계거래 방식’으로 환매에 대응했다. OEM펀드는 자산운용사가 판매사로부터 지시 등을 받아 운용하는 상품이다. 라임자산운용의 일부 임직원은 임직원 전용인 펀드를 만들어 다른 운용사의 OEM펀드에 가입한 뒤 OEM펀드에 자신들의 돈으로 특정회사의 CB를 사들이도록 하는 방식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비유동성 자산에 투자하면서도 만기 불일치 방식으로 펀드를 설계하고, TRS를 통한 레버리지를 활용해 유동성 위험을 키웠다. 현재 검찰의 수사를 피해 잠적한 이종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이 독단으로 운용하며 불법과 편법을 저지르는 동안 내부통제나 심사절차는 전혀 없었다.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의 불법행위가 확인됨에 따라 신속하게 분쟁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분쟁조정2국, 민원분쟁조사실, 각 권역 검사국이 ‘합동 현장조사단’을 구성해 다음 달 초 사실 조사에 착수하고 오는 4~5월 법률자문을 통해 사기와 불완전판매 등에 따른 손해배상, 착오 등에 의한 계약취소 등 피해구제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상반기 중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조정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무역금융펀드와 같이 환매가 중단된 ‘플루토 FI D-1호’와 ‘테티스2호’ 2개 모펀드에 대해서는 조만간 사실관계를 확인하되 분쟁조정은 환매진행 경과 등을 감안해 처리하기로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달 7일까지 라임 펀드와 관련한 분쟁신청은 214건(은행이 150건, 증권사 64건)이 접수됐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