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서울 중구에 있는 대신증권 앞에서 라임펀드 환매피해자모임 회원들이 증권사 측에 환매 보상을 촉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라임자산운용이 개인들에게 판매한 총 120개 펀드의 손실률은 대부분 20~50%였지만 90%를 넘어 전액손실이 예상되는 펀드도 11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기준가 산출이 현시점에서 펀드 자산 회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판단한 데 따른 것이어서 실제 손실은 이보다 커질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라임자산운용 측은 그동안 손실 규모를 밝히지 않았던 2,400억원 규모의 무역금융펀드에 대해 이번에 처음으로 대략 50%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향후 구체적인 펀드 실사를 거치면 전액 손실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감독당국의 판단이다.
◇반토막 난 조(兆) 단위 라임펀드=14일 라임자산운용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은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내용을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펀드 기준가를 산정했다. 라임자산운용은 대형 모(母)펀드를 설정하고 여기에 투자하는 수백개의 자(子)펀드를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판매해왔다. 이에 따라 펀드 손실률 조정도 모펀드→자펀드 순으로 이뤄진다. 우선 모펀드의 경우 사모사채에 주로 투자하는 플루토FI D-1호의 이날 기준 평가액은 4,606억원으로 가장 최근에 기준가를 산정한 지난 12일(8,465억원) 대비 46%, 지난해 12월 말(9,391억원) 대비 51% 상각됐다. 또 다른 모펀드인 테티스2호(메자닌 투자)는 이날 기준 1,655억원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12월 말만 해도 평가액 2,963억원이었던 이 펀드는 손실률이 44%에 달한다.
2개 모펀드의 기준가격이 하락하면서 이에 투자하는 120개 자펀드의 손실률도 조정됐다. 이 중에서 증권사와 총수익스와프(TRS)계약을 통해 대출을 일으켜 투자한 펀드들의 손실이 특히 컸다. 펀드가 투자한 자산의 가격이 하락하면 이를 팔아 우선 대출해준 증권사에 갚고, 나머지 금액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기 때문이다. 모펀드를 사용한 29개 펀드 중 총 3개, 472억원인 ‘AI스타’ 펀드의 경우 전액 손실이 예상됐으며 AI프리미엄(2개 펀드·197억원)도 61~78%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외에도 TRS를 쓴 24개 펀드(2,445억원)의 경우 적게는 7%, 많게는 97%까지 손실이 예상된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90% 이상 손실 펀드가 전액 손실 펀드 3개를 포함해 모두 8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라임자산운용 측은 “자펀드의 경우 모펀드 편입 비율과 TRS 사용 여부에 따라 수익률 편차가 크다”며 “전액 손실이 예상되는 3개 펀드는 레버리지 비율이 100%였다”고 설명했다. 레버리지를 쓰지 않은 펀드들의 경우 20~40%의 손실이 예상됐다.
게다가 라임자산운용 측이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상 자산손실 가능성을 ‘보수적’으로 평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플루토 FI D-1에서 1억달러가 투자된 캄보디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경우 삼일 측에서는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지만 라임자산운용 측은 “회수 가능성이 있다”면서 상각률을 낮게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금융펀드 전액 손실 가능성=이번에 라임자산운용은 그동안 ‘실사 중’이라는 이유로 언급하지 않았던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의 손실도 처음 공개했다. 라임자산운용은 “이달 말 기준가격이 50%가량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무역금융펀드는 투자자들로부터 약 2,400억원을 모으고 신한금융투자로부터 약 3,600억원의 TRS(대출)를 일으켜 총 6,000억원(5억달러)을 해외 5개의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했다. 이 중 약 2억달러(2,400억원)를 투자한 IIG펀드가 청산에 들어가면서 1억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게 라임자산운용 측의 설명이다. 이 경우 TRS 계약을 맺은 신한금융투자에 대출을 갚고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면 약 1,200억원(1억달러)의 손실이 추산된다.
그러나 이는 ‘희망적인 추산’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파산 절차에 들어간 IIG펀드의 손실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고 다른 무역금융펀드(BAF)도 손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약 1억6,000만달러가 들어간 BAF의 경우 당초 개방형 펀드였으나 유동성 위기로 2018년에 6년 만기 폐쇄형으로 전환됐다. 감독당국의 한 관계자는 “무역금융펀드의 손실이 2억달러를 넘으면 개인투자자들은 한 푼도 못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3개 대형 모펀드에서 지금까지 반영된 손실만 해도 최소 총 7,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플루토 FI D-1호의 경우 9,391억원, 테티스2호는 2,963억원, 플루토 TF 2,408억원으로 총 1조4,762억원이었으나 이날 라임자산운용 측이 밝힌 3개 펀드의 순자산가액은 총 7,297억원에 불과했다. 무역금융펀드 등의 추가 손실을 합하면 손실액이 1조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펀드 돌려막기, 부실투자, 횡령 등으로 불과 1년도 안 돼 7,000억원이 증발했다”며 “희대의 운용사기이자 실패”라고 지적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