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빈집 숙박 '다자요' 사업길 열리나

14일 비공개로 규제 사건검토회의 열어
사회적타협 '한걸음 모델' 첫 사례될 듯
"책임 미루고 사회적 타협에 기댄다" 비판도

김용범(왼쪽)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서비스산업혁신TF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기재부

농어촌 지역의 빈집을 활용해 민박사업을 하려다 규제에 막혀 사업을 접은 숙박 스타트업 ‘다자요’가 정부에서 새롭게 추진하는 신사업 분야의 사회적 타협 방식인 ‘한걸음 모델’의 첫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다자요로 대표되는 공유숙박을 시작으로 한걸음 모델을 통해 신산업 분야 핵심 규제 해소의 물꼬를 튼다는 구상이다.

14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지난 13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녹실회의(관계장관회의)에서는 숙박 스타트업인 다자요 사례가 집중 논의됐다. 회의에는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 등도 참석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녹실회의에서 한걸음 모델의 첫 사례로 다자요를 적용하기 위한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다자요는 흉물로 방치된 농어촌 빈집을 장기 임차해 새집처럼 리모델링한 후 민박으로 활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사업 초기만 해도 정부 부처들로부터 대표적인 혁신 사례로 거론됐다. 지방자치단체의 골칫거리인 빈집 정비와 함께 지역 경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전국에는 6만1,000여개의 빈집이 방치돼 있다.


하지만 다자요는 농식품부 소관인 농어촌정비법을 위반했다는 신고가 들어가면서 사업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이 법은 주민이 직접 민박집에 살아야 하고 농어촌 지역 소득을 늘릴 목적이어야 민박이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농식품부는 거주자 없이 관리자만 둔 빈집을 대상으로 하고, 농어촌이 아닌 특정 법인의 이윤 창출이 목적이라며 다자요에 불법 딱지를 붙였다. 남성준 다자요 대표는 법 위반으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숙박 업계 등 이해관계자들도 다자요 사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다자요는 지난해 일정 기간 규제를 선(先) 면제해주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적용해줄 것을 신청했고 이날 전문가와 정부 부처 관계자, 이해관계자 등이 참석한 사전 검토회의가 비공개로 열렸다. 규제 샌드박스 적용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심의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릴지가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숙박 업계 등 이해당사자의 반대가 크지만 새로운 산업의 출연을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제한적으로라도 허용될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다자요를 이른바 한걸음 모델의 대표 사례로 내세울 방침이다. 한걸음 모델은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0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처음 제시됐다. 렌터카 기반 차량호출 서비스인 ‘타다’의 사례에서 보듯 규제에 막힌 신산업 분야의 애로를 풀어주고 이해관계자 대립을 조정하는 메커니즘이다. △단계적 해결 △기대이익 배분 △객관적 성과평가를 기본전제로 하고 그 과정에서 상생혁신기금 조성, 이익공유 협약 등을 협의 수단으로 활용한다. 서비스 산업 분야에 관심이 큰 홍 경제부총리가 직접 챙기며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이해관계자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는 서비스 분야 신산업을 사회적 타협에만 매달리고 있어 동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타트업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산업 분야 규제가 허용된 것만 가능하도록 하는 ‘포지티브 방식’에서 금지한 것 말고는 모두 가능한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