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운동은 되고 낙선운동은 안 되나.”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는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이 ‘민주당만 빼고’ 칼럼을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는 소식에 분개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의 압도적 지지’를 당부하는 발언을 했고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지난해 ‘총선 승리는 촛불혁명의 완성’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SNS에 ‘#민주당만_빼고’ 해시태그가 확산하는 데는 과거 민주당 인사들이 입에 닳게 말했던 헌법상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정권을 잡은 후 헌신짝처럼 버렸다는 배신감이 자리 잡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세계 언론 자유의 날’에 “언론의 침묵은 국민의 신음으로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고발 건을 최종 결재한 이해찬 대표는 2012년 MBC 파업 사태 때 “언론의 자유와 헌법 수호를 위해 민주당이 단호하게 나설 수밖에 없다”며 언론탄압을 비판했다. 현재 민주당의 수석대변인인 홍익표 의원은 2013년 본인의 페이스북에서 영화 ‘레미제라블’을 들며 “민주주의를 이끄는 두 축은 언론의 자유와 선거권”이라고 강조했다. 강병원 의원 역시 한 인터넷 언론사에 기고를 통해 “권력자들이 언론을 ‘손보려는’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설령 ‘손보려는’ 시도가 있어도 막을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혜영 의원도 2008년 MBC 사태 때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 근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멀리 갈 것도 없다. 현 정권 인사들도 하나같이 ‘언론의 자유’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2017년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은 한 인터넷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비판의 기능이 살아 있어야 언론”이라며 비판이 두려워 자기검열을 하는 것을 “무섭다, 자괴감이 든다”고 표현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특히 지난해 윤석렬 검찰총장이 비판 기사를 쓴 기자를 고소하자 “언론에 대한 재갈 물리기”라고 논평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번 고발을 통해 기사가 아닌 지식인의 개인적인 비판 의견을 담은 칼럼과 이를 실은 언론까지 법적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말 그대로 ‘내로남불’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 지식인들은 이에 분개하며 SNS로 “나도 고발하라”며 ‘#민주당만_빼고’를 퍼 나르고 있다.
더욱이 민주당이 공개적인 반성 없이 문자로 유감만 표하자 야당이 맹공을 퍼붓고 있다. ‘언론장악’으로 비판했던 민주당이 그대로 돌려받는 형세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형식도 내용도 진정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반쪽짜리 유감 표시”라며 “자신들을 비판한다고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려는 반민주주의적 폭거를 자행해놓고 반성조차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철근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회 공보단장은 “안철수 싱크탱크 출신이라서 임 교수를 고발했다”며 “안철수를 지지하면 불이익이 있다는 협박”이라고 논평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