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극 활성화를 목표로 기획된 이번 대회에는 총 11작품이 참가한다. 이 중 5작품은 처음 관객에게 선보이는 초연작이다. 고려사부터 해방 이후 한국전쟁, 유신정권 시대, 그리고 2020년 현재를 반영하는 작품까지,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아우르는 다양한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시대극, 대한민국 역사의 아픔을 담은 작품은 5편을 만날 수 있다.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한 극단 목토의 <불멸의 연가>(작 이원경, 각색·연출 주호성)는 故이원경 연출가의 희곡 ‘불멸의 처’를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서정적이고 애절한 멜로드라마로 풀어낸다. 한국전쟁을 다룬 극단 노을의 <이문의 고백>(작 정재춘, 연출 이신영)은 막노동꾼으로 홀어머니와 함께 근근이 살아가는 이문의 이야기다. 어머니가 위생부대 강제징집 피해자임을 알게 되는 이문의 상황을 추적해가며 현재까지도 치유되지 않은 한국전쟁의 상처를 조명한다.
광복 이후 혼탁했던 한국 현대사를 다루는 작품은 세 작품으론 창작집단 상상두목의 <충분히 애도되지 못한 슬픔>(작·연출 최치언), 극단 로얄씨어터의 <나는 아니다>(작 김이율, 연출 유준기), 극단 은행목의 <천상시인의 노래>(작 조광화, 연출 이기석)가 공연된다.
우리 시대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꼬집어 내는 작품 6편도 무대에 오른다. 극단 삼각산의 <고등어>(작 임요한, 연출 송정바우)와 극단 명장의 <눈 오는 봄날>(작 김정숙, 연출 윤현식)은 재개발 소식통에 벌어지는 사건과 아파트 단지로 변해버린 세태에 이웃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극단 코러스와 극단 프로젝트그룹 연희공방의 <30일의 악몽>(작 이근삼, 각색·연출 이지수)과 창작집단 꼴의 <피그와 홀스>(작 서종현, 연출 손현규)는 계급, 계층 문제를 다룬다. <30일의 악몽>은 이근삼 작가의 원작 ‘30일간의 야유회’를 현재에 맞게 재창작한 작품이다. 아파트 입주민 대표들이 MT를 떠나려다가 무인도에 표류하게 되고, 생존을 논하는 상황에서도 우위에 군림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그린다. 1945년 조지오웰의 ‘동물농장’ 그 이후를 이야기하는 <피그와 홀스>는 인간 권위에 도전하는 동물들의 계급 쟁취기를 그려낸 21세기형 동물우화이다.
실버세대의 이야기를 담은 극단 해반드르의 <아버지의 다락방>(작 김춘복, 각색·연출 유경민)은 자기 잘난 맛에 살아왔던 한 소설가의 치매 진단으로 시작된다. 가족 간의 갈등과 극복 과정을 그리며, 실버세대의 실질적인 성(性)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낸다. 화이트캣시어터컴퍼니의 <롤로코스터>(작 국민성, 연출 황태선)는 연금개혁 문제에 답을 찾기 위한 중년 네 명의 고군분투기를 그려내며, 머지않아 도래할 초고령사회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미리 생각해 보게 한다.
한편, 서울연극협회는 지역 연극 활성화를 위해 2017년부터 서울 각 자치구와 협력하여 서울대회를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성동문화재단에서 이어 올해는 구로문화재단과 함께 한다. 지춘성 서울연극협회 회장은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는 서울을 대표하는 연극을 뽑는 자리인 만큼 우수한 창작 연극들이 경연을 펼친다”고 말하며 “본 대회가 연극인의 창작의욕을 고취시키고 지역민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장시켜 연극계와 지역사회의 연결고리로 작용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연은 구로문화재단 홈페이지와 인터파크 티켓에서 예매 가능하며, 격일 1회씩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과 오류아트홀에서 진행된다. 본선대회에 출전할 서울대표팀은 3월 21일 시상식에서 발표되며, 대상 수상작은 오는 6월부터 세종시에서 개최되는 ’제38회 대한민국연극제에 서울 대표’로 참가할 기회를 갖는다.
한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19가 확산됨에 따라 서울연극협회에서는 연극제 기간 동안 예방수칙 배너 비치와 공연 전 안내멘트를 송출할 예정이며, 구로문화재단은 서울대회가 개최되는 두 공연장에 방역을 완료하고 손세정제를 비치하였다. 협회는 철저한 방역을 통해 관객이 안전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준비할 예정이며, 서울 대표 창작극 11편을 통해 코로나19로 지친 관객에게 위로와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