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에서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듣고 이중취업한 소방시설관리사의 자격을 법규 위반만을 이유로 취소할 수는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안종화 부장판사)는 소방시설관리사 A씨가 소방청장을 상대로 낸 자격취소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2001년 소방시설관리사 자격을 취득한 A씨는 2007년 소방시설관리업체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2013년에는 또 다른 소방시설관리업체의 대표가 됐고 2018년에는 소방시설관리업체의 대표 명함을 또 추가했다.

소방청은 2018년 A씨에 대해 소방시설관리사 자격취소 처분을 내렸다. 소방시설법은 소방시설관리사가 이중취업을 할 수 없게 규정한다.

문제는 A씨가 2013년 소방방재청에 두 개 회사의 대표자로 등재되는 것이 이중 취업에 해당하는지를 문의했었다는 점이다. 당시 소방방재청 공무원들은 A씨의 대표이사 취임이 이중취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구두로 답변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는 두 번째 회사에 사내이사로 등록하기 전 소방방재청 소속 공무원에게 ‘대표자 추가 등록이 이중 취업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문의했다”며 “이에 공무원들은 법제처를 직접 방문해 대응 방안을 상의하고 내부 회의를 거친 끝에 ‘이중 취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는 자신의 행위가 허용된다고 믿었고 이를 탓할 수 없는 사정이 존재했다”고 덧붙였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