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의 뒤안길-훈민정음]우리 말과 글 담은 세상에 하나뿐인 책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 정제규 전문위원

국보 제70호 훈민정음 해례본 /사진제공=문화재청

우리나라 모든 이들이 빠짐없이 그 가치를 인정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책이 있다. 백성(民)을 가르치는(訓) 바른(正) 소리(音), 곧 ‘훈민정음(訓民正音, 국보제70호)’이다.


훈민정음은 1443년(세종 25년)에 만들어졌다. 창제 당시에는 ‘훈민정음’ 또는 줄여서 ‘정음(正音)’이라고 했으나, 조선 시대에는 ‘언문(諺文)’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불렸다. 1894년 갑오개혁 이후에는 국서·국문이라고도 불렀다. ‘한글’이라는 이름은 국어학자 주시경이 ‘큰’ ‘바른’ ‘하나’를 뜻하는 고유어 ‘한’을 사용해 지은 것이다.

조금 더 들어가면 훈민정음에는 ‘해례본(解例本)’ ‘예의본(例義本)’ 또는 ‘언해본(諺解本)’이 있고, 국보로 지정된 것은 ‘간송본(澗松本)’이라 부른다. 여기에 ‘상주본(尙州本)’ ‘왕실본(王室本)’이라는 말까지 있다. 이들 호칭은 책의 형식과 내용, 보관돼 있던 장소의 구분에 따라 생긴 말이다. ‘예의(例義)’는 세종이 직접 지은 서문과 한글의 구조, 소리 내는 법을 적었고, ‘해례’는 집현전 학자가 지은 한글 해설과 사용법을 수록한 것이다. ‘언해본’은 1446년(세종 28)에 나온 초간본을 한글로 풀이한 것이다. ‘간송본’은 일제강점기에 간송 전형필이 간직했던 책으로 1962년 국보 제70호로 지정됐다. ‘상주본’은 2008년 상주에서 새롭게 발견된 훈민정음이며, ‘왕실본’은 현 소장자가 구매한 당시 ‘규장지보’와 함께 있던 책이라 하여 왕실에서 봤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유네스코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세계사적 중요성을 지닌 독창적이고 대체 불가한 세계기록유산이라고 평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과 글의 원리, 소리 내는 법과 사용법을 기록한 세상에 유일한 이 책을 두고두고 자랑스러워 할 일이다./정제규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 전문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