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골 득점 뒤 토트넘 동료들의 축하를 받는 손흥민. /버밍엄=AFP연합뉴스
토트넘 손흥민이 17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애스턴 빌라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뒤 토트넘 원정 관중석 쪽으로 달려가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버밍엄=AFP연합뉴스
토트넘 손흥민이 17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애스턴 빌라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뒤 원정 관중석 쪽으로 달려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버밍엄=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의 종료 직전 결승골 장면. /버밍엄=EPA연합뉴스
17일(이하 한국시간) 손흥민(28·토트넘)의 결승골은 93분34초에 터졌다. 축구 통계업체 옵타에 따르면 토트넘 역사에서 지난 2009년 8월 이후 가장 늦은 시각에 나온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결승골이다. 10년여 전에는 버밍엄전에서 에런 레넌이 94분24초에 결승골을 넣었다.
2015~2016시즌 잉글랜드 무대에 진출한 손흥민이 후반 추가시간에 골을 넣은 것은 2016~2017시즌 스완지시티전, 2018~2019시즌 레스터시티전에 이은 세 번째지만 결승골이 나온 것은 이날 애스턴 빌라전이 처음이다. 손흥민은 버밍엄 빌라파크에서 치른 EPL 26라운드에서 승점 1을 마지막 순간 3점으로 바꿔놓았다. 1대1이던 전반 추가시간에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 골키퍼에 막힌 공을 리바운드 역전골로 마무리한 손흥민은 2대2로 맞선 종료 직전 ‘버저비터’에 가까운 결승골까지 넣었다. 수비가 걷어내지 못하고 흐른 공을 센터라인 근처에서 잡아 문전 왼쪽으로 단독 드리블한 뒤 오른발 슈팅으로 골키퍼 옆을 뚫었다. 하마터면 놓칠 뻔했던 첫 골 장면 때 조용하게 기뻐했던 손흥민은 결승골 뒤에는 원정 관중석 쪽으로 멋들어지게 미끄러지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3대2로 이긴 토트넘은 6위에서 5위(11승7무8패·승점 40)로 올라섰다.
시즌 15·16호 골(EPL 8·9호)을 터뜨린 손흥민은 2010~2011시즌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5경기 연속 득점(EPL 3골, FA컵 2골)에 성공하며 EPL 통산 50골도 돌파(51골)했다. EPL 50골은 아시아 선수 최초 기록이다.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팀 내 최고인 평점 8.4를 줬고, 국제축구연맹(FIFA)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얼마 전 오스카에서 새 역사(영화 ‘기생충’ 4관왕)가 쓰인 데 이어 손흥민은 한국 축구에 또 다른 역사를 선사했다. 한국에 박수를 보낸다”고 적었다. 손흥민은 “팀의 세 번째 골을 넣기까지 몇 차례 득점 찬스를 살리지 못해 기분이 안 좋았다. 상대 골키퍼의 선방도 있었는데 운 좋게 마지막 골을 넣었다”며 “EPL 50골 돌파는 팀과 서포터스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기분을 팬과 한국 국민·동료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손흥민이 지난달 23일 노리치시티전부터 득점 퍼레이드를 펼치는 동안 토트넘은 4승1무로 신바람을 냈다. 이날 경기가 무승부로 끝났다면 한 경기를 덜 치른 4위 첼시와 3점 차였겠지만 막판 ‘극장골’ 덕에 단 1점 차로 압박하게 됐다. 손흥민의 결승골이 올 시즌 토트넘을 톱4에 올려놓을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도 있다. 4위 안에 들어야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얻는다.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의 박지성도 울버햄프턴전 버저비터 득점으로 우승을 위한 터닝포인트를 제공한 바 있다. 2010년 11월 울버햄프턴전을 앞둔 맨유는 주전들의 줄부상 속에 선두 첼시와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었지만 종료 직전 결승골을 포함한 박지성의 멀티골에 승점 3을 챙겼고 이후 전력을 추슬러 우승까지 내달렸다.
손흥민은 올 시즌 EPL에 처음 도입된 겨울 휴식기로 약 열흘을 쉬고 이후 첫 경기부터 멀티골을 뽑았다. 시즌 종료까지 최소 15경기를 남겨 한 시즌 개인 최다인 21골 경신 가능성도 커졌다. 다음 타깃은 20일 오전5시 챔스 16강 홈 1차전에서 만날 라이프치히다. 올 시즌 챔스 3경기 5골의 자신감으로 독일 분데스리가 2위 팀을 맞아 6경기 연속골에 도전한다. 22일에는 대망의 첼시와의 맞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