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003490)·㈜한진(002320)·한국공항 등 한진그룹 3사 노동조합이 조현아·KCGI·반도건설 3자 주주연합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특히 투기세력과 결탁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해 “복수심과 탐욕을 버려야 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조원태 회장과 조 전 부사장 간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한진그룹 노조가 사실상 조 회장의 편에 서며 소액 주주들의 표심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한진그룹 노동조합은 공동 입장문을 통해 “조원태 회장을 몰아내고 한진그룹을 차지하려는 조현아 전 왕산레저개발 대표와 반도건설, KCGI의 한진칼(180640) 장악 시도를 보며 노조는 깊은 우려를 밝힌다”고 전했다. 앞서 조 회장을 지지한 대한항공 노조에 이어 이번에는 ㈜한진·한국공항 노조도 사실상 조 회장 지지 의사를 밝힌 셈이다.
3사 노조는 KCGI를 투기자본을 규정하고 “한진그룹 공중 분할 계획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 전 부사장에게는 “한진그룹을 조롱거리고 전락시키고 이제 와서 또 무슨 염치로 그룹을 탐내는가”라며 경영복귀 등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진그룹은 지난 2014년 조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후 한진그룹의 오너 리스크에 대한 문제점이 연이어 제기되며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재선임이 불발되는 등 오너 일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행동주의 펀드 KCGI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는 한진그룹의 오너 일가에 대해 비판하며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요구했고 결국 가족 간 경영권 갈등이 심화됐다.
한진그룹 노조의 조 회장 지지는 현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명분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룹의 직원들과 대한항공 OB임원회 등은 현재 조 전 회장의 별세 이후 조 회장이 그룹 총수직을 맡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체제가 안정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한진그룹 노조는 조 전 부사장을 ‘왕산레저개발 대표’로 지칭하며 대한항공과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이는 등 구체적으로 적대감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한진그룹 노조의 대다수가 한진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라 사실상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편 KCGI는 조 회장과 석태수 한진칼 사장 측에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KCGI는 “한진그룹 경영진으로부터 그룹에 당면한 경영 위기에 대한 입장을 듣고 주주 연합의 제안에 대한 그룹의 수용 여부를 확인하며 현재의 위기 상황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논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2월 중 조원태·석태수 대표이사와의 공개 토론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가능한 일시를 2월20일까지 답변해주기 바라며 공개 토론이 성사되면 KCGI 측에서 강성부 대표와 신민석 부대표가 참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